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와 오찬을 하면서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할 것을 제의했고 김당선자도 수긍했다.
김당선자는 이날 아침 『국민통합의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해 사면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당선자로서는 경상도에서 많은 지지표를 얻은 이회창(李會昌)씨와 이인제(李仁濟)씨의 낙선에 따른 경상도의 「소외감」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사면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당선자와 협의해 결정하는 형태를 취한 것은 차기 대통령에 대한 「경의」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출신지역인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대립 감정은 한국사회의 뿌리깊은 병폐였다. 김대중씨가 당선함에 따라 사면에 대한 전라도민의 반발도 상당히 억누를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당선자 자신도 80년 「광주사건」의 주모자로 취급돼 사형판결을 받은 최대 피해자의 한 사람이다. 사면은 선거전에서 드러난 지역대립의 후유증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효과가 있다. 「소수여당」을 이끌 김당선자에게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광주의 「5.18 광주민중항쟁유족회」 내에서는 광주사건 책임자인 전두환(全斗煥)씨 등의 사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이 단체 회장은 『호남에서 대통령이 나왔기 때문에 처벌에 집착하지 않고 용서하려고 생각한다. 전직대통령들이 과거를 반성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이라고 말했다.
일부 노동단체가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등 사면에 대한 반발도 있다. 그러나 반발움직임이 거셀 것 같지는 않다.
〈정리·도쿄〓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