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정부 인선작업]차관보급이상 후보4∼10배수 천거

  • 입력 1997년 12월 21일 20시 24분


『인선작업은 아홉 사람의 적과 한 사람의 배은망덕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미국 2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태프트가 조각(組閣)하면서 남긴 유명한 말이다. 후보들은 쇄도하지만 정작 쓸만한 인물은 없고 쓸만한 인물은 시켜줘도 고마워할 줄 모른다는 인선작업의 어려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워싱턴 경험이 전무했던 아칸소주지사 출신 빌 클린턴 대통령 당선자의 경우는 여기에다 인준권을 갖고 있는 미 의회의 분위기를 사전에 파악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미국에서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사람 찾는 일이 가장 급선무다. 그런 골머리를 앓아야 하는 일은 국정을 끌어가야 할 대통령과 부통령당선자의 몫이다. 이때 가장 두드러진 역할을 하는 것이 미국사회를 이끌어가는 엘리트 집단으로 이른바 「싱크탱크」다. 대표적인 싱크탱크가 1927년에 설립된 브루킹스 연구소. 클린턴대통령도 이 연구소로부터 결정적인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은 이와함께 이 연구소로부터 「행정부의 방향과 지침서」라는 두툼한 보고서를 받았는데 이는 2백70여명의 연구원들이 클린턴후보가 유세때 제시했던 공약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은 보고서였다. 이같은 싱크탱크를 활용한 정부구성과 국정운영은 61년 존 F 케네디대통령이후 본격화한 것으로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로 이어졌다. 선거운동조직은 바로 정권인수위원회로 확대 개편되고 이곳에서는 3천9백25개에 이르는 대통령임명직의 후보들을 찾아 나선다. 이중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하는 3백여개의 차관보급 이상 고위직은 보통 4배수, 많으면 10배수까지 후보들을 천거한다. 정권인수위는 천거이전에 연방수사국(FBI)의 협조를 얻어 신원의 하자여부를 철저히 검증한다. 인수위의 중추가 선거운동조직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선거에 자원봉사를 했거나 자금으로 기여한 사람들을 더 많이 챙기게 마련이어서 「엽관제(Spoils System)」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그러나 고위직을 바란다면 선거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해야 하기때문에 「엽관제」는 미국정치의 독특한 특징으로 수용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의 경우 인수위에서 자천타천으로 올라온 명단들을 앨 고어 부통령 힐러리여사 그리고 워런 크리스토퍼 인수위원장과 함께 최종검토했다고 해서 「4인의 악당들(Gang of Four)」이라는 익살스러운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최종결정은 역시 대통령의 몫. 클린턴은 96년 재선된 후에도 장관들을 인종 성별 지역안배로 등용, 내각이 하나의 미국 축소판이었다. 때로는 능력보다는 모양에 더 신경쓴다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클린턴은 개인의 유능함보다는 철저히 팀워크를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병폐인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은 팀플레이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클린턴은 장관급 후보들은 일일이 직접 면담, 단지 해당부처의 전문성뿐 아니라 전체적 안목과 식견을 테스트했다. 그리고 발표때까지 확실한 언질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우유부단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신중한 클린턴 대통령도 최초의 여성 법무장관을 고르던 중 막판에 조 베어드 연방법원 판사를 법무장관내정자로 발탁했다가 베어드가 불법체류외국인을 보모로 고용한 사실이 드러나는 바람에 한달만에 지명을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지명이 끝나면 상원 인준청문회에 대비, 의회관계자들로 인준대책반이 구성돼 내정자들에게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요령을 개별지도한다. 소신을 앞세운 장광설은 최악이며 의원들의 의견에 동감한다는 아부성 발언이 최선의 답변으로 간주된다. 취임전부터 신임장관들의 현실체험이 시작되는 것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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