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새로운 ‘진화’를 시작했다.
무뚝뚝하게 그림과 문자를 전해주던 PC가 98년부터는 사용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글까지 읽어주는 친근한 ‘대화 파트너’로 변신하고 있다.
새로운 변신은 시각 장애인을 정보의 바다로 이끌어주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이용자들도 ‘PC와의 대화’라는 또다른 편리함과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컴퓨터 업계는 PC에 입과 귀를 달아주는 기술 경쟁에 돌입했다. 화면에 나타난 문장을 읽어주는 소프트웨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IBM과 SUN 등 유수한 컴퓨터 업체들은 듣고 말하는 음성 인식 컴퓨터 개발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미국 조지아공대 재활기술센터 헌터 램수어박사는 “듣고 말하는 컴퓨터 개발은 단순히 장애인 재활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며 “우리는 장애인의 한계는 물론 컴퓨터의 한계까지 뛰어넘기 위해 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면을 읽어주는 컴퓨터의 개발은 상당한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 드래곤시스템사는 화면의 문장을 사람처럼 약간의 감정이 섞인 목소리로 읽어주는 소프트웨어를 최근 판매해 관심을 끌고 있다. 단어를 낱개로 발음해 ‘기계음’같은 소리를 내는 기존 소프트웨어와는 달리 사람이 읽는 것처럼 비교적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게 특징이다. 보칼아이 워드스칼라 폼메이트 JAWS 등 10개의 소프트웨어가 꾸준히 사람 목소리에 도전,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대 연구팀도 사람처럼 매끄럽게 글을 읽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고 미국의 SUN사는 프로그램언어인 자바(JAVA)를 개량해 응용프로그래머가 음성인식과 대화기능 프로그램을 짤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연구를 벌이고 있다.
키보드가 아닌 사용자의 말로 컴퓨터와 대화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
조지아공대 연구팀은 최근 사용자의 말만으로 인터넷 항해가 가능한 컴퓨터를 시험제작했다. 이 컴퓨터는 팩스나 전자메일 전송은 물론 집안의 가전제품을 껐다 켰다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추었다.
이와관련, IBM은 장애인용 컴퓨터 전문회사인 돈존스턴사와 공동으로 ‘디스커버’라는 이름의 PC를 머지 않아 내놓을 계획. 디스커버는 음성인식 기능을 갖추는 것은 물론 손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해 화면을 터치스크린방식으로 바꿀 생각.
이밖에 피츠버그대와 빈기술대는 각각 시각장애인들이 음성만으로 온라인뱅킹을 활용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기술 개발도 추진중이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