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예멘 영사부인등 한국인 3명 피랍…예멘수도서 괴한에게

  • 입력 1998년 1월 7일 08시 03분


예멘주재 한국대사관 허진(許塡·36)영사의 부인 유상옥씨(35)와 이들 부부의 딸 허규원양(3) 및 현지에서 자동차중개상을 하는 한국교민사업가 등 3명이 5일 저녁(현지시간) 예멘수도 사나에서 무장한 소수부족원들에 의해 납치됐다. 허영사 부인 일행은 이날 과일을 사기 위해 사나시내 중심가에 나왔으며 이들이 탄 대사관 관용차가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 멈추는 순간 총을 든 괴한 한명이 차에 뛰어들어 이들을 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부는 6일 밤 이들의 납치사실을 확인하는 한편 송영오 아중동국장을 반장으로 비상대책반을 편성, 납치경위 파악 및 납치범들과의 협상준비에 들어갔다. 한편 납치범들은 자신들이 예멘의 한 부족인 하다족으로 지난해 13세 하다족 소년을 강간한 범인 3명을 처형하도록 예멘정부에 압력을 넣기 위해 이들을 납치했다고 주장했다. 납치범들의 주장에 따르면 하다족 소년을 납치해 강간한 범인 4명중 주범 1명은 지난달 공개 처형됐으나 납치에는 가담하지 않고 강간에만 가담한 나머지 3명은 5∼10년의 징역과 태형 1백대를 선고받았다. 하다족 납치범들은 지난해 10월에도 이들 강간범들의 처벌을 요구하며 예멘에 근무하고 있는 2명의 러시아인 외과의사와 그들의 부인을 납치했다가 다음달인 11월10일 협상끝에 석방했다. 예멘의 소수 부족들은 정부에 대한 재정지원 등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외국인들을 종종 납치해왔는데 지난해에만 30명 이상의 외국인이 납치됐으나 모두 무사히 풀려났었다. 예멘은 외국인 납치가 다반사여서 ‘납치천국’이란 오명을 갖고 있다. 최근 4년간 외교관과 관광객 사업가 등 1백여명의 외국인들이 무장 이슬람단체나 부족 등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납치된 사람들중 희생자는 한명도 없었다. 아라비아반도 남부에 위치한 예멘은 인구 1천4백여만명에 중동의 최빈국으로 1517년 이후 오스만투르크의 지배를 받아오다 1839년 남예멘이 영국에 점령되면서 남북 분단시대가 이어졌다. 90년 남북 예멘이 예멘공화국으로 통일됐다가 내전과 재분단을 거쳐 94년 7월 다시 외형상의 통일을 이루었으나 남북간 갈등이 극심해 사실상 분단상태다. 〈문 철·구자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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