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공황 공포 확산

  • 입력 1998년 1월 7일 20시 44분


새해 벽두부터 일본을 덮친 엔화가치 및 주가의 ‘동반 하락’추세가 심상치 않다. 자칫하면 전문가들이 경고해온 ‘일본판 금융공황’이 현실화하리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이 어려워질 경우 금융은 물론 산업과 무역에서 일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에 미칠 악영향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태〓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은 5일 올해 외환시장이 문을 열자마자 5년8개월만의 기록인 달러당 1백32엔대로 치솟은데 이어 7일에는 133.41엔을 기록했다.6개월전에 비해 엔화가 17.5%나 평가절하된 셈. 또 닛케이(日經) 평균주가는 새해 들자마자 ‘심리적 저항선’인 15,000엔대가 무너졌다. 금융당국의 시장개입에 힘입어 7일 15,000엔대를 간신히 회복했으나 여전히 앞날은 불투명하다. 20,000엔을 넘었던 작년 6월말과 비교하면 27%나 떨어졌다. 일본의 외환 및 주식시장은 “이러다가 정말 금융공황이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일본 금융당국의 강력한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냉기’는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도 갈수록 고조돼 정치적 파장도 예상된다. ▼배경〓주가와 엔화의 ‘쌍둥이 약세’를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은 향후 일본경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다. 정부가 작년말 내놓은 경기부양 및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2조엔의 특별감세와 30조엔의 공공기금 투입방침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경제 기초가 미국보다 훨씬 취약하다는 사실이 재인식되면서 ‘일본 팔기’로 표현되는 쌍둥이 약세로 이어졌다. 한국과 동남아가 겪고 있는 아시아 경제위기도 원인의 하나다. “이웃집에 불이 났는데 일본인들 안전하겠느냐”는 심리적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잇단 금융기관 파산으로 일본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에서 확산되고 있다. ▼영향〓특히 주가하락이 일본기업과 금융기관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보호하지 않는 한 지난해 이상의 ‘도산 도미노’가 우려된다. 한국이 느낄 추위도 대단하다. 제 앞가림이 급한 일본 금융기관으로서는 한국에 대한 대출을 기피할 것이 확실하다. 한국의 외환조달에 큰 애로가 예상된다. 일본의 내수가 침체하면 한국의 대일(對日) 수출에도 타격이 크다. 국제사회에서 ‘엔화 경제권의 우등생’으로 간주되는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된다. 당초 예상보다 한국경제의 회복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망〓엔화약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가토 기미노리(加藤公規) 다이이치(第一)생명보험 국제기획부장은 “현재 추세라면 정부가 특단의 추가대책을 내놓지 않는한 달러당 1백40엔대까지 환율이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엔화약세는 미일(美日)간의 정치 마찰로 이어지므로 시장개입에 따라 어느 정도 진정되리라는 견해도 있다. 주가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관측이 우세하다. 나카노 시게미(野中茂美)사쿠라투신상무는 “작년말 감세정책 발표후 증시주변에 감돌았던 기대감이 새해 들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며 “3월말 기업결산기를 앞두고 매물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시모토총리가 경기부양과 재정개혁이라는 양립불가능한 ‘두마리 토끼’를 포기하지 않는 한 금융위기의 수습은 쉽지 않을 것같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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