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납치천국」악명…대부분 무사히 풀어줘

  • 입력 1998년 1월 7일 20시 44분


허진(許塡)일등서기관 가족 납치사건이 발생한 예멘은 ‘아라비아의 납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외국인 납치극이 일상화해 있다. 이때문에 “납치의 특이한 공포를 겪어보기 원하는 사람은 예멘을 방문하라”는 조크까지 국제사회에 나돌 정도다. 외국인 납치는 90년5월 남북 예멘이 예멘공화국으로 처음 통일된 이후 남예멘 분리주의자들과 일부 소수 부족들에 의해 자주 저질러졌다. 최근에는 주로 소수 부족들이 정부에 재정지원을 촉구하거나 외국인회사에 일자리와 금품을 요구하기 위해 외국인을 납치하고 있다. 93년 4월에는 한 부족이 “소속 부족민 80여명을 고용하라”며 프랑스 석유업체인 토털사 직원 6명을 납치하기도 했다. 94년 이후 지금까지 1백여명의 외국인이 납치됐다가 모두 무사히 풀려났다. 납치범들은 그들의 요구조건처럼 비교적 ‘소박한’ 편이다. 피랍자들이 고문을 당하거나 다치는 일은 거의 없다. 처음엔 다소 위압감을 주지만 나중엔 피랍자에게 양탄자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 피랍기간도 짧은 편이어서 빠르면 납치 당일에, 늦어도 한 달이내에 대부분 석방됐다. 이같은 관례로 보면 이번 한국인 피랍자들도 빨리 풀려날 것으로 기대된다. 예멘에는 이번 납치사건의 발단이 된 소년 성폭행 사건이 잦아 최근 3개월 동안 소년 성폭행죄로 2명이 처형됐다. 예멘은 하루 45만7천배럴의 원유생산국이지만 오랜 내전과 정부와 부족간 반목 및 인접국과의 영토분쟁 등으로 95년 기준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2백60달러에 불과한 중동의 최빈국이다. 90년 형식적인 통일을 이뤘으나 정치 문화적 갈등으로 전면내전을 벌인 끝에 94년7월 북예멘이 일방적인 승리를 거둬 다시 통일국가가 됐다. 그러나 양측의 갈등이 워낙 심해 정치학자들은 예멘을 여전히 분단국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예멘은 남북한 동시수교국으로 모카지역에서 생산되는 ‘모카커피’가 특산품이다. 〈최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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