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印尼 금융파산 위기…채무 지불유예 선언가능성

  • 입력 1998년 1월 8일 20시 42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각국이 ‘제2차 외환위기’의 수렁에 빠졌다. 동남아 각국의 환율이 연일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금융파산의 위기에 몰려 대외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정부가 IMF와의 약속을 깨고 균형예산안을 발표하자 루피아화 환율이 8일 사상 처음으로 달러당 1만루피아를 돌파했다. 홍콩 역시 주가와 부동산가격의 급락속에 주변국의 평가절하로 경쟁력약화를 더는 견디기 힘들 만큼 경기가 급속히 침체, 고정환율제가 조만간 와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인도네시아대통령은 ‘재정수지 흑자’라는 IMF와의 약속을 깨고 6일 균형예산안을 내놓았다. 3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IMF와의 약속을 지켜려고 대량실업을 불러오는 ‘인기없는 정책’을 쓸 수 없다는 선택이었다. IMF로부터 4백30억달러의 지원을 약속받은 인도네시아는 작년 11월 1차로 30억달러를 받은데 이어 3월초 다시 30억달러를 받게 돼 있으나 이제 2차분이 지원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 이에 따라 루피아화 가치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태 국▼ 태국의 바트화 폭락은 인도네시아와는 조금 이유가 다르다. 외환위기의 진원지가 태국이었던 만큼 최초 상황은 가장 비관적이었으나 그동안 국제적인 신뢰는 상당히 회복했다. 구조개혁에 소극적이었던 차왈릿정권이 퇴진하고 작년 11월 추안 리크파이총리가 들어서면서 56개 금융기관을 영업정지시키는 등 ‘대수술’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1%이상의 재정흑자를 내라’는 등의 IMF 거시목표 요구는 태국의 경제여건에서 충족하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타린 님마해민재무장관은 IMF와의 재협상을 위해 곧 미국을 긴급방문할 예정이다. 그러나 재협상 요구는 환율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모라토리엄 선언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 콩▼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8월보다 30% 정도가 떨어졌고 항생주가지수는 7일 현재 9,538.61로 같은 기간에 43%나 하락했다. 상가는 파리를 날리고 있다. 아시아 경제위기의 여파가 큰 데다 주변국 화폐의 평가절하로 홍콩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15년 동안 홍콩 경제를 지탱해 온 버팀목 역할을 해온 홍콩의 고정환율제가 조만간 와해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30%가량 고평가된 고정환율제가 이제 홍콩경제를 짓누르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정환율제의 와해는 홍콩의 경제적 미래에 대한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려 지역과 세계경제에 엄청난 혼란과 충격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홍콩〓정동우특파원·허승호·강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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