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단기부채의 구조조정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국제 채권은행단이 참가 은행들간의 이해관계에 휘말려 쉽사리 최종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단이 8일 3월말로 만기가 되는 한국의 단기부채 상환기일을 90일간 연장하기로 합의함으로써 한국의 입장은 상당히 유리해졌다.
지난달 29일부터 회동을 시작한 은행단은 일주일에 두세차례 회의를 해왔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진통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은행(J P 모건)과 우리나라 채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중은행(시티뱅크 체이스맨하턴 등)의 근본적인 견해차이 때문. J P 모건측은 미국 투자시장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살려 모임을 주도하면서 채권발행으로 문제를 풀자고 주장하고 있다. 단기부채를 장기채권으로 돌릴 경우 막대한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의 한 금융인은 이 제안을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채권발행시 J P 모건측이 적용금리를 현 실세금리로 요구할 것이 분명하고 이 경우 우리는 엄청난 이자부담을 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채권은 이미 금융시장에서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로 취급돼 거래금리가 무려 15∼20%로 뛰었다.
J P 모건측은 회의때마다 한발씩 물러나면서도 채권발행에 집착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J P 모건측의 제안이 한국을 진정으로 도와주려는 것이 아니라며 은행들이 더 많은 돈을 모아 신디케이트 론(협조융자)을 한국에 제공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경우 금리는 높아야 9%선에서 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특히 J P 모건이 한국에 한푼도 돈을 빌려주지않은 상태에서 모임을 좌지우지하는 것에 못마땅해 하고 있다.
채권발행에 대해서는 일본계 은행들의 반발도 심하다. 일본은행 대표들은 시종일관 한국정부에 선택권을 주기 위해 한국이 제안해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채권발행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을 마땅치 않게 여기고 있다.그러나 채권은행들은 한국정부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투자기관들에 둘러싸여 채권발행을 선호하는 말을 내 놓는다는 것이 이유다.
〈뉴욕〓이규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