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직전의 위기를 맞은 인도네시아와 태국사회가 점차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대외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사재기 약탈 현금인출사태 등 공황(패닉)의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태국은 그래도 덜한 편이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 폭동과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아 시민들은 긴장속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 인도네시아 ▼
모라토리엄이 임박했다는 소문과 함께 인도네시아 전역에서는 물가인상 공포에 사로잡힌 주민들의 사재기 등 극도의 혼란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8일 인도네시아 전역의 상점 슈퍼마켓 백화점은 생필품을 사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형 슈퍼마켓 주변에는 영업시간이 끝난 후까지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이어져 1인당 구매량을 제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날 은행의 현금인출기에도 하루종일 사람들이 몰렸다.
영향력이 막강한 군부는 이같은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국민에게 “루피아화 가치폭락에 놀라지 말고 안정을 되찾으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국민의 불안심리는 수하르토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퇴역장성과 야당정치인들로 구성된 ‘전국 형제애 기금’은 8일 “수하르토 대통령이 3월 대선에 다시 출마할 경우 국민이 투표로써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8일 자카르타와 동자바의 대형 슈퍼마켓에서 약탈과 폭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자카르타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민형기(閔形基) 주인도네시아대사는 9일 “폭동설 등 온갖 소문들이 난무해 1만5천여 교민들의 불안감도 크다”며 “교민들에게 야간외출을 삼가고 신변안전에 유의하도록 당부했다”고 밝혔다.
▼ 태국 ▼
인도네시아에 비해 태국은 외형적으로는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56개 금융기관의 폐쇄 등으로 실업자가 급증한데다 바트화 가치와 주식가격의 폭락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은 극심하지만 그래도 우왕좌왕하기보다는 힘을 모아 경제위기를 넘겨보자는 분위기가 강한 편이다.
경제위기가 심화한 뒤 식당들은 20∼30%씩 가격을 내렸으나 손님이 뜸하고 중고차시장에는 매물이 쏟아져 나올 만큼 시민들은 ‘내핍생활’을 각오한 모습이다.
그러나 “정부는 뭐하느냐. 대기업들은 여전히 자신의 이익만 챙기고 있다”며 정부와 부유층을 비난하는 불만의 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가가 벼랑에 섰는데도 여전히 호화생활을 즐기는 부유층의 실태를 폭로하는 언론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강수진기자·홍콩〓정동우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