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받은 달러를 매달 단골 암달러상에게 환전하는 베이징(北京)의 한국인 H씨는 요즘 “좋은 값 쳐줄테니 달러 있으면 꼭 연락하라”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
일부 암달러상들은 달러당 8.7위안(元)을 제시하며 “5천달러 이상을 가져오면 8.8위안 이상 쳐주겠다”고 유혹하기도 한다.
암달러시장의 환율은 지난해 11월 8.35에서 12월 8.37로 계속 오르는 추세.
그러나 9일 현재의 공식 기준환율은 달러당 8.2797위안이다.
암달러 시세의 급상승추세는 ‘시장’이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을 높게 보기 때문이다. 환율에 민감한 중국인 사업가들은 “동남아의 평가절하가 중국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당국자들이나 언론은 정반대의 분위기다. 지난해말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 리펑(李鵬)총리 주룽지(朱鎔基)부총리 등 중국 최고지도자들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없을 것이며 절하 필요성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인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말 달러보유고가 1천4백억달러로 늘어나면서 오히려 위안화의 평가절상 압력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해외출국 중국인의 달러소지한도액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절하를 단행할 경우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시아 각국에 타격이 크지 않겠느냐”며 이웃 나라를 배려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평가절하가 없을 것이라는 근거를 여러가지로 설명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1천4백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언급할 때는 목소리에 특히 힘이 들어간다.
정부당국의 자신감과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언론의 논조 등으로 미루어 중국이 당분간 평가절하를 할 것 같지는 않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