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파업을 단행하겠다고 위협하던 한국의 노동조합이 한발 물러섰다. 노조는 한국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정리해고의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모임에 처음으로 자리를 같이했다.
노조가 대립에서 대화로 자세를 바꾼 것은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에게 중요한 승리로 기록된다. 합의는 정리해고 대신 사회적 보장제도를 강화한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노조측의 결심이 알려진 뒤 한국의 주식가격은 2.5%나 올랐고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도 3.8%나 뛰었다. 총파업이 벌어졌다면 한국의 이미지는 크게 흔들릴 뻔했다. 정리해고에 관한 입법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이며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외국인에게도 위험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노조는 아직도 파업을 예고하고 있으나 그들의 태도는 거리로 뛰쳐나가기보다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측은 그들이 거리로 나설 때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다시 곤두박질해 여론의 지탄을 받게 될까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대화방향은 이미 눈에 보이고 있다. 노조측은 결국 여러가지 조건을 달아 정리해고에 동의하면서 사회적 보장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경영인측은 재벌개혁 등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면서 근로자만 고통을 받게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벌에 대해 비판적인 김차기대통령은 이미 하루 전날인 13일 재벌총수들을 만나 서구식 회계제도를 도입토록 촉구하고 시장원리에 입각한 투명한 경영을 하도록 요구했다. 이날 모임에서 나온 합의문은 상호 불신 대신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이정표를 세울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정리·뉴욕〓이규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