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을 이긴다 ①]美, 해고 쉽지만 재취업 더 쉬워

  • 입력 1998년 1월 18일 20시 26분


미국의 월급쟁이들에게 해고는 일상적인 위협이다. 지금 미국 경제가 25년이래 가장 낮은 4.6%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에도 이스트만 코닥사가 1만명, 시티코프사가 9천명, 인터내셔널 페이퍼사가 9천명을 해고하는 등 대규모 정리해고가 잇따르고 있다. 고용불안은 이제 90년을 전후한 기업 다운사이징에 수반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이른바 ‘카우보이 자본주의’의 본질적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이때문에 미국인들은 해고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90년 전후의 구조조정기를 거치면서 근로자들을 끊임없이 고용불안에 노출시켜 생산성 향상에 전념토록 했다. 여기서 만들어진 수익을 생산에 재투자함으로써 다시 고용을 창출하는 독특한 모델을 정착시켜 온 것. 이를 두고 만성 실업에 시달리는 유럽이나 종신고용제의 일본식 자본주의와 구분해‘카우보이 자본주의’란 별명이 붙었다. 고용불안은 임금을 끌어내린다. 95년기준 미국 제조업 근로자들의 시간당 평균임금이 22.2달러로 독일(33.6달러), 프랑스(27.6달러)보다 훨씬 낮은 반면 연간 노동생산성증가율은 3.4%로 일본(2.2%)이나 독일(2.7%)을 앞질렀다. 미국근로자들이 일은 더 많이 하면서 돈은 적게 받는 것이다. 여기에다 성실한 근무와 충성심을 대가로 공정한 급여와 복리후생 그리고 승진을 보장받던 묵시적 사회계약도 붕괴됐다. 이때문에 미국에서는 목전의 직업안정보다는 언제 해고되더라도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재취업능력’이 새로운 직업윤리로 중요시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신기술을 배우고 매력적인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근로자들을 짓누르고 있다. 물론 이같이 ‘살벌한’ 고용여건의 다른 한편에는 활성화한 재취업 시장이 있다. 미국 기업의 구인광고를 보면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사원쪽의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때문에 기술을 가진 젊은이들이 ‘망할’ 가능성육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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