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차기대통령-루스벨트 대통령의 「여론정치」

  • 입력 1998년 1월 18일 21시 04분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32대 대통령. 두 사람은 여러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와 대공황이라는 국가 재난의 시기에 대통령이 된 점, 연설을 잘했다는 점, 가난한 자에 대한 관심이 컸다는 점, 장애인이었다는 점 등등….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매스미디어를 통한 ‘여론정치’를 시도했다는 점일 것이다. 김차기대통령은 18일 TV를 통해 국민과 대화를 했다. 대량실업사태와 물가고 등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로하고 국난극복을 위한 여론을 결집하기 위해서였다. ‘국민과의 대화’의 원조(元祖)는 1930년대 루스벨트 대통령의 ‘노변정담(爐邊情談)’. 노변정담은 말 그대로 ‘난로 옆에서의 정겨운 대화’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33년 뉴딜정책을 추진하면서 라디오를 통해 수시로 자신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구했다. “나의 친구 여러분”으로 시작되는 노변정담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은 가식없는 태도로 1천2백만명에 달하는 실업자를 위로하고 국민의 힘을 모아 대공황을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국민과 함께 하는 ‘여론정치’는 루스벨트 대통령을 미국 역사상 최초의 4선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김차기대통령도 1년에 두차례씩 ‘국민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할 예정. 김차기대통령의 측근들은 최근 루스벨트 대통령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려면 취임 1백일내에 개혁을 끝내야 한다’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충고는 김차기대통령에게도 상당한 영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차기대통령이 루스벨트 대통령과 같은 명지도자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그의 ‘국민과의 대화’가 우리 정치사의 새로운 시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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