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나빠도 정권을 위협할 만한 야당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도 소속 의원수는 계속 늘어난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름의 참의원 선거도 괜찮을 것이다.” 요즘 자민당 의원들의 심경은 이런 정도가 아닐까.
그것은 자민당의 올해 방침을 보면 알 수 있다. ‘야스쿠니(靖國)신사공식참배 실현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 ‘북방 4개섬과 센카쿠(尖閣)열도, 다케시마(竹島·독도) 영토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향한다.’
작년에 없던 이런 표현들이 이웃나라들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해 보았는가. 자민당 일당지배를 바라는 사람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만이라면 너무 경솔한 대응이다.
작년 이맘때 자민당의 중의원 의석은 과반수에 미치지 못했다. 96년 총선에서 제1당은 됐지만 유권자의 전면적인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스쿠니 문제만 하더라도 연립내각을 구성하는 사민당의 의향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후 신진당 이탈자를 입당시켜 중의원에서 단독과반수를 회복했고 참의원도 과반수에 육박하고 있다.
자민당을 편안하게 만든 것은 야당의 역부족이다.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해산한 신진당의 책임은 무겁다.
하지만 국가의 앞날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만큼 자민당이 변했다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얼마나 있을까.
하시모토 총리가 발표한 2조엔의 특별감세는 자신의 재정재건노선과도 맞지않고 시장의 반응도 차갑다.
옛날 같으면 정책전환을 주장하면서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을 것이다. 지금은 당내에서 총리의 책임을 묻는 움직임조차 없다.
파벌에 따른 노골적인 권력투쟁은 지겹다. 실정(失政)을 방치하고 모순을 못본 체하는 것은 더욱 곤란하다.
〈정리·도쿄〓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