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외채협상 스케치]『채권銀 조건완화 예감좋다』

  • 입력 1998년 1월 21일 20시 15분


뉴욕 외채협상은 한국의 경제위기 해결에 중대한 분수령이 된다는 점 때문인지 한국대표단은 물론 채권단도 협상 직전까지 분주히 협상전략을 준비하는 등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협상이 열리는 뉴욕 시티은행 본사 대회의실은 평소 이 은행 이사회가 열리는 방으로 구조상 엘리베이터에서부터 보도진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비밀 장소’. ○…협상은 21일 오후 2시에 시작되는데 한국대표단이 오후 6시에 뉴욕주재한국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협상결과를 설명할 예정이어서 일단 길어야 4시간을 넘지 않을 전망. ○…한국 대표단은 협상 직전까지 미 연방은행 뉴욕지부 윌리엄 맥도나우 총재, 체이스맨해튼 은행의 월터 시플리 행장 등을 만나 한국의 상황과 정부의 입장 등을 설명하며 협상분위기를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김용환(金龍煥)수석대표 등 주력 대표단이 워싱턴을 방문한 20일에도 대표단의 일부 실무자들은 월가를 분주히 돌아다니며 미국 일본 독일의 채권은행단과 접촉. 실무진은 오후에는 숙소인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은행단과의 접촉에서 수집한 요구사항들을 정리하느라고 하루종일 분주한 모습. 실무진들은 채권은행들이 종전보다 완화된 조건들을 제시했다며 협상이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낙관. ○…가장 관심을 모았던 루빈재무장관과의 면담에서는 협상과 관련한 중요한 얘기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수석대표와 유고문은 함구로 일관. 관측통들은 “협상을 앞두고 월가에 정통한 루빈이 한국측 협상대표들을 만나줬다는 것만으로도 간접적인 지원효과가 적지 않다”고 분석했는데 실제로 루빈은 면담후 한국측에 고무적인 발언을 하기도. ○…협상단은 그러나 워싱턴 방문이 유럽과 일본의 채권은행단을 자극할 수도 있다고 보고 가능한한 신중한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이는 한국에 대한 채권(단기외채) 비율에서 미국이 10%인 반면 유럽은 45%, 일본이 35%여서 한국대표단이 미국에 너무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주면 협상에 유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번 협상의 중대성 때문에 한국대표단은 협상 기간중 뜻하지 않은 ‘악재’가 나올까 걱정하기도. 즉 불안한 정정을 보이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극단적인 정변이 일어나거나 최고지도자의 신상에 중요한 변화가 생길 경우 즉각 뉴욕의 자금시장을 경색시켜 한국측에 불리하기 때문.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지금 우리의 입장은 흡사 칼날위에 서있는 모습이며 까딱 잘못할 경우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현재의 협상은 씨름 시작전 샅바를 잡는 단계”라고 중요성을 설명. 〈뉴욕·워싱턴〓이규민·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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