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21일 사상 최저치인 달러당 11,900루피아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7월의 환율이 달러당 2,400루피아였던데 비하면 불과 6개월사이 루피아화 가치는 5분의1 정도로 폭락했다.
루피아화의 폭락에 따라 대외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 등 ‘국가부도’의 위기를 겨우 벗어나는 듯했던 인도네시아의 경제위기가 다시 심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3월 대선에서 7선고지에 도전할 수하르토대통령에 대한 반대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등 정정(政情)불안이 커지고 있어 인도네시아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 루피아화의 폭락 원인은 정정불안 때문.
32년간 장기집권한 수하르토대통령은 20일 임기 5년의 대통령직에 일곱번째 도전하기 위해 집권당의 대통령후보지명을 수락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야당지도자 메가와티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전국 곳곳에서 수하르토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특히 수하르토의 측근인사로 20년째 장관을 맡고 있는 유수프 하비비에 기술장관이 부통령후보로 지명될 것으로 알려지자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루피아화 폭락에서 나타난 ‘민심’에도 불구하고 관측통들은 수하르토의 7선 연임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5년마다 소집되는 국민협의회가 뽑는 간선제. 국민협의회의 구성원 1천명중 5백명은 국회의원이고 나머지 5백명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군대표여서 수하르토에게 절대 유리하다.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군부의 쿠데타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수하르토가 군출신인데다 둘째 사위를 비롯한 친인척들이 군 요직에 대거 포진, 군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
〈강수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