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일(韓日)어업협정 개정협상과 기존협정을 일방파기하는 과정에서 일본은 외교 상식에 어긋난 자세도 서슴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양국은 1년반여의 지루한 협상 끝에 지난해 하반기 ‘독도 주변수역은 현재의 어업질서를 유지하며 한국어민들의 기존조업실적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협정을 개정한다’는 데 대략적인 합의를 봤다.
다만 협정대상수역의 동쪽한계와 배타적 어업수역의 폭을 설정하는 문제만 해결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일본은 막판 정치적 타결을 위해 총리 전권특사인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외무차관을 지난해 11월말과 12월초서울에보내유종하(柳宗夏)외무장관과 담판짓도록 했다.
특히 지난해 12월5일 열린 두번째 담판에서 고무라차관은 유장관이 제시한 ‘동쪽한계는 동경 1백36도, 수역 폭은 35해리’라는 최종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1시간 내로 연락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고무라차관은 일절 답변없이 한국을 떠났고 3주뒤에야 ‘동경 1백35도’를 한국측이 수용치 않으면 협정을 파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통보해왔다. 이와 관련, 외무부 당국자는 “합의사항마저 멋대로 깨버리는 일본이 과연 국제사회의 리더가 될 수 있겠느냐”며 “일본이 자국 내 정치사정을 이유로 들지만 이는 한국이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악용해보려는 의도가 없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비난했다.
〈문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