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은 26일 오후 일산 자택에서 정부훈령에 따라 25일 급거 귀국한 김태지(金太智)주일대사를 접견하고 일본측의 한일어업협정 일방파기 선언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일본정부의 일방파기 선언 배경에 대해 보고받고 일본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되 감정적인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김대사의 보고를 들은 뒤 “우리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신정부출범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한일어업협정 종료를 통보해온 것은 매우 비우호적인 처사”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김대통령은 “금후에도 우리 정부는 단호하고 원칙적인 입장에서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이 문제로 인해 한일관계 전반이 손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대사는 이 자리에서 “일본내 강경파의 주장을 온건파가 조정하기 어려웠고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도 정치적인 조정이 어려워 이같은 일이 생겼다”고 보고했다.
유종하(柳宗夏)외무장관은 이날 국회통일외무위에서 “일본의 한일어업협정 일방 종료 통보에 대한 대응책으로 조업자율규제 중지조치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그때 가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해 조업자율규제중지 조치 외에 추가적인 대응 방안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유장관은 “그러나 현재로선 조업자율규제 중지조치도 상당한 협상 무기가 될 수 있으며 어업문제는 어업에 국한해서 대응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국제관례에도 맞지 않는 어업협정 일방 종료로 인한 양국관계에의 부정적 영향은 전적으로 일본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유장관은 또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해 “65년 한일 양국간 청구권 협정 체결 당시에는 군대위안부 문제의 불법성이 논의되지 않는 상태였다”면서 “일본이 지금 와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리상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무통일위에 참석한 김대사는 “일본내에서는 어업협정 파기가 중요한 사건이 아니며 한국이 일본문제만 나오면 감정적으로 처리하는데 대한 불만이 존재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통일외무위원들은 “어업협정 파기가 일본의 국수주의화와 군사대국화의 신호탄이 아니냐”고 지적하면서 “이를 계기로 한일관계를 전면 재검토하는 한편 미국을 중개자로 내세우는 등 다자적 해결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통일외무위는 이날 조업자율규제의 무기한 중단 및 주일대사 소환 등을 골자로 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동관·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