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흔들리는 클린턴

  • 입력 1998년 1월 26일 18시 30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성추문사건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전 백악관 인턴직원과의 관계에 대한 위증과 위증강요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 되면서 앨 고어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중이다. 클린턴대통령측도 수습팀을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그가 이번 위기를 무난히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클린턴대통령의 이러한 리더십 위기는 국제정세에도 이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협상만 해도 중재에 나섰던 클린턴대통령의 정치생명에 대한 의문 때문에 당장 교착상태에 빠졌다. 미국은 유엔 무기사찰단의 활동 거부에 대한 보복조치로 대(對) 이라크 공습을 곧 단행할 계획이며 클린턴대통령은 국내에서의 궁지를 벗어나기 위해 이를 이용하려 한다는 보도까지 있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이 국내문제에 정신을 팔고 있는 동안 지구촌 곳곳에 잠복해 있는 갈등들이 폭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세계는 지금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져들 조짐이다. 아시아의 재정 금융위기는 이미 미국과 유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리더십 위기가 세계경제에 몰고 올 결과는 뻔하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전면에 나서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사실상 배후에서 정책결정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국내문제로 경황이 없게 되면 국제경제 위기의 고삐는 잡기 어려워지고 혼돈은 더욱 커질지도 모른다. 우리도 지금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혹독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그동안 우리의 금융위기에 호의적으로 대처해 왔다는 평가다. 한반도문제에 있어서도 한미(韓美)간 공조체제가 순탄하게 유지되어 왔다. 남북한에는 지금 거의 동시에 새 정권이 들어서고 3월에는 제2차 4자회담 본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미국의 외교력이 어느 때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해야 할 시기다. 이 때문에 우리는 클린턴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를 주목하면서 사태추이에 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면 당연히 국민이 존경할 만한 도덕성과 품위를 지녀야 한다. 지도자의 정직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클린턴대통령의 성추문사건이 어떻게 결말날지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할 단계다. 그러나 미국의 리더십 위기는 단순한 미국 국내의 문제가 아닌 만큼 우리도 앞으로 전개될 가능한 모든 사태를 놓고 미리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클린턴대통령의 정치적 위기가 급박히 돌아가는 한미 양국간 안보협력문제에 차질을 빚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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