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무기사찰 거부로 발생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고위관리들은 공공연히 군사행동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공격의 전초단계로 우방국을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마치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려놓은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현재 상황〓클린턴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캐나다 영국 독일 등의 총리와 전화를 통한 사전정지작업에 나섰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도 지난달 28일 유럽순방에 나서 프랑스 러시아 영국 등의 외무장관을 잇달아 만나 설득작업을 폈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중 영국은 미국에 동조하고 있으나 러시아 프랑스 중국은 아직까지 무력 사용에 반대하는 입장. 물론 걸프만 주둔 미국 군사력도 계속 증강되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 맞서 이라크도 전쟁 준비에 들어갔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지난달 17일 국민 동원령을 내렸다.
▼대결원인 및 양국 입장〓미국과 이라크의 대결은 지난해 10월 이라크가 유엔 무기사찰활동을 거부한 데서 촉발됐다.
양측은 정면대결의 양상을 보이다 러시아의 중재로 최악의 사태를 피했다. 그러나 이라크는 사찰단의 복귀 후에도 대통령궁 관련시설 등 민감한 지역에 대한 사찰을 거부,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전국에 70여개나 되는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궁은 국가 통치권의 상징이기 때문에 접근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등은 이라크가 대통령 관련시설에 생화학무기를 은닉했다고 의심하면서 완전한 사찰을 요구하고 있다.
이라크는 미국과의 대결을 통해 안보리의 분열을 꾀하는 한편 8년에 걸친 경제제재의 참상을 세계에 알려 동정 여론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가 미국만을 시종 공격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의도이다.실제로 안보리 회원국들이 중동외교와 관련, 미국의 독주에 불만을 품고 있는데다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은 원유 등 경제적 이권을 잃게 될 것을 우려, 무력응징에 미온적이다.
▼전망〓미국은 그동안 이라크의 교묘한 치고 빠지기 작전에 말려 이라크 길들이기에 성공하지 못했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체면이 손상된 것이다. 미국은 점점 압박수위를 높이며 이라크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고 이라크가 굴복하지 않을 경우 궁극적 선택은 무력공격으로 귀착된다. 그러나 이라크가 약간의 양보를 한다면 미국도 공격만 고집할 수는 없다. 세계의 여론도 그렇고 이라크도 걸프전의 경우에서 보듯 완전굴복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측이 상대의 전술전략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고진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