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女죄수 터커 사형집행]인간존엄과 법질서사이 고민

  • 입력 1998년 2월 4일 19시 42분


미국에서 14년만에 처형되는 여자 사형수라는 사실때문에 전세계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던 칼라 페이 터커(38). 미국내외 인권단체 등의 끈질긴 구명운동도 터커의 생명을 구하지는 못했다. 그는 3일 오후 텍사스주 헌츠빌교도소에서 약물주사로 사형이 집행됐다. 헌츠빌교도소에는 세계 각국의 기자들과 사형제도 찬반론자 수천명이 몰려들었고 ABC CNN 등 미국의 주요방송들은 이날 저녁 그의 형집행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를 지켜본 미국인은 ‘인간의 존엄성’과 ‘법질서 확립’이라는 두가지 관점 사이에서 밤늦도록 고민해야 했다. ○…터커의 사형집행은 오후6시10분(한국시간 4일 오전9시10분)부터 시작. 그는 집행에 앞서 “나는 이제 예수님을 만나러 갑니다. 나는 여러분 모두를 정말 사랑합니다. 당신들이 천국에 이를 때 우리는 다시 만날 것입니다”라는 최후진술을 했다. 이어 그는 집행의자에 누워 눈을 감고 기도하다가 6시37분 약물주사를 맞은 뒤 천장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은 채 숨을 거뒀다. 사형집행장에는 그가 기독교에 귀의한 뒤 결혼한 남편과 여동생 등 가족, 텍사스주 검찰관계자 언론계대표 등이 자리했다. ○…터커에 대한 사형집행은 미국에 해묵은 사형제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83년 도끼로 살해한 데보라 손튼의 남편 리처드는 “터커에 대한 사형이야말로 우리가 오랫동안 기도해 왔던 것”이라며 “우리는 그동안 눈 앞에 이 괴물(터커)을 두고서도 함께 살아야 했다”고 심정을 토로. 사형제도를 옹호해 온 TV를 통해 교리를 전도하는 패트 로버트슨 목사는 “이번 일이 보복에 불과한 것”이라며 “터커는 이제 더이상 흉악범죄를 저질렀던 그 여자가 아니다”라고 터커를 변호. ○…조지 부시 전대통령의 아들인 조지 부시2세 텍사스 주지사는 형 집행에 앞서 “이 사건으로 감동을 받은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기도를 통해 지침을 구했다”며 “모든 개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에 따라 형집행 연기를 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발표. ○…미 대법원이 사형제도를 부활한 76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서 사형이 집행된 사형수는 남자 4백31명과 여자 2명 등 4백33명. 이중 1백45명이 텍사스에서 숨져 사형제도에 관한한 텍사스주가 미국에서는 가장 적극적인 셈.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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