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시기를 놓고 뉴욕 증권계 전문가들 사이에 논쟁이 한창이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현재의 한국 상황을 보는 눈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월가 투자전문가들에게 배포되는 내부보고서는 3일 ‘지금이 한국 주식시장에 뛰어들기에 적당한 시기인가’라는 제목으로 양측의 논쟁을 다뤘다. 이 논쟁에서 6명의 전문가 가운데 4명은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주장했고 나머지는 ‘아직 위험한 시기’라며 투자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국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의 논리는 우선 한국이 뉴욕 외채협상의 성공으로 최악의 외환위기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또 원화가 6개월전에 비해 80% 가까이 절하되면서 수출경쟁력이 되살아나 우량기업을 골라 투자할 시기가 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그 예로 작년 여름 t당 2백97달러에 철강제품을 수출하던 포철이 현재 t당 2백22달러에 팔고 있어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게 된 사실을 들었다. 반면 포철의 주가는 달러화 기준으로 외환위기 이전보다 무려 58%나 떨어져 거의 공짜 수준이라는 것.
따라서 지금쯤 한국 주식시장에서 이런 기업들을 선별해 조심스럽게 투자하면 1년이내에 큰 재미를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객에게 투자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고 긍정론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한국의 위기는 아직 안 끝났다”고 전제하고 고금리시대에 빚더미에 앉은 한국의 기업 중 과연 몇개가 살아 남을지 속단하기 이르다고 말한다. 외환분야도 아직은 ‘위기의 유예’ 상황으로 유동성 부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사태가 악화하고 있는데다 일본은행의 결산이 3월말에 몰려있는 점 등으로 미뤄 아직 한국에 대한 주식투자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비관론자들은 투자자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한국의 강력한 노조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멕시코 사태 때는 1년이 지나 주가가 바닥을 쳤지만 한국에서는 노사문제 때문에 이보다 훨씬 오랜기간 슬럼프가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했다.
이 보고서는 전문가들의 주장과 관련, “논쟁이 시작됐다는 것은 본격적 투자의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고 자체분석을 달았다. 또 주가가 폭락한 상태에서 원화가치까지 하락해 달러 기준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에서 같은 주식을 1년전에 비해 4분의1 값에 살 수 있게 됐다고 소개하고 “이 정도면 모험을 걸어 보는 투자자들이 상당히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은근히 한국에 대한 투자를 부추겼다.
〈뉴욕〓이규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