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들은 5일 외국에서 날아온 팩스 한장에 긴장했다.발신자가 한국의 신인도를 몇달 사이에 ‘무자비하게’ 낮춘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였기 때문이다.
팩스 내용도 서울시가 94년 8월 미국에서 채권을 발행해 갖다 쓴 3억달러를 채권단이 일시에 상환해달라고 요구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느냐고 묻는 것이다.
무디스가 서울시의 신용등급을 재평가하겠다는 의도이다. 서울시의 대책에 따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무디스사는 지난해 말 서울시와 대구시의 신용등급을 한국과 같은 Ba1(투자부적격)로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당시 지하철 공사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에서 양키본드 3억달러를 발행했다. 이 채권은 10년 만기에 이자율 7.875%로 2004년 일시상환해야 할 때까지 이자를 갚아야 한다는 조건이다.
99년 8월이후에는 채권자가 일시상환을 요구할 경우 이에 응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어있다.서울시는 일단 “당장이라도 갚을 수 있다”고 답변할 방침이다.시관계자는 “신인도평가회사의 팩스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윤양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