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외상은 6일 기자회견을 갖고 “나가노(長野)동계올림픽 기간중 이라크에 대한 무력행사 자제를 미국에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일본정부는 평화의 제전 동안 전화(戰火)가 타오르지 않기를 희망하며 미국 등에 이런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은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가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공격 자제’를 요청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이다.
요즘 일본정부의 눈과 귀는 이처럼 이라크사태를 둘러싼 워싱턴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려 있다.
7일 개막, 22일까지 열리는 나가노동계올림픽의 성공에 총력을 쏟는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경기기간중 있을 경우 올림픽이 파장분위기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17일 이라크를 공격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자 일본의 신경은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졌다.
일본은 나가노올림픽을 역대 최고의 대회로 만든다는 의욕을 갖고 지난 7년 동안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준비해 왔다. 세계 곳곳의 안방에 중계되는 올림픽을 통해 일본의 국제적 이미지를 높여보자는 의도도 깔려 있다.
올림픽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본은 작년 11월 유엔총회에서 ‘나가노올림픽 기간중 휴전결의’를 제안, 채택되도록 하기도 했다.
정작 미국이 공격을 시작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도 일본으로서는 고민이다. 올림픽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군사행동을 지지할 수 없지만 평소 강력한 동맹관계인 미국의 결정을 나몰라라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윌리엄 코언 미국 국방장관과 마이클 매커리 미국 백악관대변인 등은 올림픽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올림픽과 관계없이 이라크 공격을 강행할 수 있음을 거듭 밝혀 일본의 애를 태우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