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에서 탈출하는 최고의 무기는 신용.’
워싱턴포스트지는 6일 세계최빈국의 하나인 방글라데시 한 은행의 성공사례를 소개하면서 이 은행이 금융위기에 빠진 아시아는 물론 서구 은행에도 교훈을 주는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이 신문이 이례적으로 사설을 통해 극찬한 주인공은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 무하마드 유너스. 그는 20년전 단돈 27달러를 몇몇 가난한 동네사람들에게 꿔주면서 은행업을 시작했다. 대출금이 적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빚을 갚았다. 같은 방식으로 대출과 상환을 거듭하면서 유너스의 그래민은행은 현재 2백만명에게 돈을 꿔주고 전국 1천개지점에 1만2천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규모로 컸다.
경영원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극빈자들에게 소액의 돈을 꿔줘 이를 갚도록 하는 것. 지금도 통상 대출액은 1백70달러. 유너스는 빈곤에서 탈출하는 데는 신용이 절대적이라고 가르친다. ‘가난한 사람은 신용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신용을 증명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주 고객은 여성. 소나 베틀을 사서 돈벌이를 한 그들중 3분의1은 가난에서 벗어난다는 것.
유너스는 최근 ‘그래민 폰’이라는 새 사업을 시작했다. 전화가 3백명당 1대꼴인 방글라데시에서 전화기사업은 전망이 밝다. 유너스의 방법은 이렇다. ‘폰 레이디’라고 불리는 여성에게 신용으로 전화기를 구입케 한 뒤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로부터 사용료를 받아 빚을 갚도록 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래민은행의 사례가 힐러리 클린턴여사를 감동시켜 미국에도 도입됐으며 세계은행과 국제개발기구도 빈곤퇴치의 중요한 해결책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경제를 병들게 했던 연고주의나 정경유착 그리고 성장지상주의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리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