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자본 「아시아기업 사냥」 열풍…싼값 매입 본격화

  • 입력 1998년 2월 10일 20시 13분


루피아 폭락
루피아 폭락
‘새로운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 혹독한 금융위기를 겪고있는 아시아 각국의 통화와 주가가 폭락한 것을 계기로 서구 다국적 기업들의 아시아 공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아시아지역의 경기침체와 수요감소에 따라 당분간 관망하고 있던 거대 기업들은 ‘때가 왔다’는 판단아래 인수 합병(M&A)을 통한 ‘먹이 사냥’에 나섰다. 아시아국가들의 시장 개방으로 투자여건이 좋아진데다 통화가치와 기업의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져 종전에 비하면 싼 값에 알짜기업들을 사들일 수 있게 됐기 때문. 미국 코카콜라사는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태국에 대한 투자를 10배나 늘리기로 했다. 미국 제너럴 모터스(GM)는 인도네시아 국민차 생산에 적극 참여할 태세다. 인도네시아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국민차 생산과 관련한 특혜관세를 폐지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등 “경쟁조건이 좋아졌다”고 보기 때문. 서구자본에 의한 M&A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금융계. 인도네시아 은행중 자산규모 2위인 ‘다나몬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말 크레디 스위스(스위스), 크레디 아그리콜(프랑스) 등 유럽계 은행 등과 매각각서를 교환했다.미국 시티은행은 지난해 태국의 한 중견은행을 매수키로 했으며 프랑스 엥도수에즈은행은 ‘유동성에 문제는 있으나 장래성이 있는 태국 기업 10개사’라는 명단을 작성, M&A를 주선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 투자를 늘리는 일본 기업들도 많다.일본의 냉연철판 생산업체인 NKK는 태국 현지 합작회사에 대한 지분을 30%에서 52%까지 높일 계획이다. 닛산(日産)자동차도 태국 사이암 모터스와의 합자회사에 대한 출자를 늘릴 방침이다. 지난해 7월 이후 페소화 가치가 36%나 떨어진 필리핀의 경우도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가 96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미국 기업의 일본진출도 눈길을 끈다. 미국의 정상급 단자회사인 ‘GE캐피털’은 4일 일본의 동방생명 경영권을 장악, 외국자본중 처음으로 일본 생보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파산한 일본야마이치증권의 점포망을 미국메릴린치사가 인수하자 “미국의 일본 사들이기가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80년대 일본 사무라이 자본이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등 미국의 건물과 땅을 사들이던 때와는 영 딴판이다. 〈구자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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