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코닝, 28억달러상당 한국 투자 포기

  • 입력 1998년 2월 12일 19시 54분


‘한국은 역시 투자하기 힘든 나라.’ 행정부처의 고압적인 자세와 까다로운 규제, 동남아의 3∼5배나 되는 비싼 임금과 땅값. 미국의 실리콘 제조업체인 다우코닝이 최근 28억달러 규모의 대한(對韓)투자를 포기하고 동남아로 날아간 것은 이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우코닝 아시아커뮤니케이션센터 책임자인 유카와 도모오는 12일 기자와의 국제전화 통화에서 “한국은 나름대로 투자매력이 있으나 경제적 요인과 비경제적 요인을 종합 평가한 결과 투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정부의 투자협상 자세에 대해 한국 내에서 비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로서는 코멘트할 수 없다”면서도 “한국측은 투자유치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우코닝사측은 95년 아시아지역에 첨단기술 실리콘 제조 투자를 추진하며 중국 말레이시아 한국 등 3개국을 투자후보지로 정하고 96년부터 투자지 및 타당성 조사를 위해 모두 10회 방문했다. ▼한국 투자비 너무 비싸다〓다우코닝은 땅값 세제 금융 등 40여가지 항목을 평가한 결과 투자비용이 너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투자후보지였던 새만금 지역 토지비용이 말레이시아의 3백배, 중국의 5배나 되고 제조업 시간당 임금도 말레이시아의 5배 수준. 항만 도로 물류시스템 등 인프라에서도 크게 뒤졌다. 또 같은 조세감면규제법상에도 서로 다른 규정이 있는 등 국내 제도상 투자유치 여건이 정비되지 않은 것도 문제점. 외국인투자기업은 최초 소득발생후 5년간 법인세(세율28%)를 100% 감면해 주게 돼 있는데 같은 법 안에 세금감면시에도 최저한의 세금(12%)은 내야 한다고 돼 있어 다우코닝측이 문제를 제기 했다는 것. ▼정부 투자유치 의지 없었다〓이번 투자유치 실패의 원인으로는 정부부처간의 이견과 호남지역에 대한 투자기피 등 비경제적 요인이 컸다. 그동안 다우코닝은 본사 사장단을 비롯해 입지선정팀이 10차례나 방한, 매번 재경원 통산부 전북도를 방문했으나 부처마다 입장이 달랐다. 재경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새만금부지 60만평을 조성하는데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다른 도와 형평에 어긋난다”며 국고지원에 난색을 표했다. 농림부도 “새만금은 전체 내부개발계획이 확정된 후 산업용지 개발을 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특히 다우코닝은 올초까지 아시아투자계획을 확정하겠다며 작년12월15일 방한시 최종답변을 요구했으나 그때도 뚜렷한 답을 듣지 못한 채 돌아갔다. 이어 대통령선거가 닥쳐 투자유치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있다가 다우코닝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운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 후보가 작년12월18일 당선되자 이튿날인 19일 부랴부랴 지원방안을 확정했던 것. 다우코닝측은 “한국정부가 선전한 외국기업 투자유치 홍보물의 원스톱 서비스를 믿고 행정부처를 방문했으나 약속과는 판이했다”며 “투자자가 직접 각 부처를 돌아다녀야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산부 관계자는 “그동안 재경원 통산부 해양부 건교부 농림부 전북도 등과 함께 6차례 회의를 거듭했으나 부처입장이 달라 결정이 지연됐지만 그 때문에 다우코닝이 투자를 취소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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