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투자은행 JP모건이 판매한 파생금융상품을 샀다가 적게는 수천만달러에서 많게는 수억달러까지 손해를 입게 된 국내 금융기관들은 ‘사기당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알지도 못하는 상품을 덥석 사버린 국내 금융기관과 여기에 지급보증을 서준 은행 등이 ‘너무 무모했다’는 게 금융계의 평가다.
JP모건이 판매한 파생상품은 일종의 게임. 게임의 기준은 파생상품매입시 엔화와 바트화, 엔화와 루피아화의 화폐가치 비율. 바트화나 루피아화가 절하되면 한국계 금융기관이 손해를 보고 엔화가 절하되면 JP모건이 손해를 보는 게임이었다.
한국계 금융기관들은 계약시점인 96년초로부터 1년여 뒤 동남아통화위기로 바트화와 루피아화의 가치가 절반이하로 폭락하면서 큰 손해를 봤다.
금융전문가들은 “동남아통화위기를 예측하지 못했겠지만 최악의 상황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무모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파생상품 거래에서 이익을 본 측은 JP모건. 빌려주었던 원금의 2, 3배를 회수하는 수익을 올렸다.
국내 금융기관 중에서는 장기신용은행 신한은행 대한투신 등이 JP모건의 제안을 받고도 아예 거래를 하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동남아통화위기 직전에 되팔아 손해를 피했고 외환은행은 지급보증에 대해 담보를 충분히 쌓아 위험을 덜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다툼에서 한국금융기관들이 이길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이 동남아통화위기를 예상하고서도 한국에 파생상품을 팔아먹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
계약서엔 한국계 금융기관이 JP모건에 ‘조건없이 지급한다’는 등의 문구가 들어 있는 등 한국측에 불리하게 작성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서는 첨단 국제금융기법에 어두운 일부 국내금융기관들이 앞으로 더 당하지 않도록 리스크관리기법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