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정체(政體)가 바뀐다. 이에 따라 국기의 왼쪽 위에 있는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도 사라진다.
호주 헌법회의는 13일 ‘머더 랜드(어머니의 땅)’인 영국과의 2백10년에 걸친 입헌군주제를 청산하고 공화정으로 전환하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 헌법회의는 이날 공화정으로의 전환 찬반투표에서 찬성 89표, 반대 52표, 기권 11표로 최종 확정했다. 이 안의 핵심은 현재 상징적인 국가수장(首長)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에서 호주인 대통령으로 교체하는 것.
주정부와 주의회가 대통령 후보들을 연방의회에 추천하면 이를 상하원 위원회가 다시 비밀투표로 압축한 다음 총리 동의를 거쳐 양원의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지지로 임기 5년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내년으로 예정된 최종 절차인 국민투표를 통과하면 2001년 1월 1일부터 공화정으로 바뀐다. 올 1월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1%가 공화정으로의 전환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자청률이 증가추세여서 국민투표 통과도 확실시 된다.
호주가 공화정으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것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새 밀레니엄의 개막을 앞두고 있기 때문. 국민의 자존심이 더 이상 식민지 지배의 이미지를 주는 군주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또 2차 세계대전 후 수만명의 서유럽인들이 건너오고 최근에는 아시아인들도 대거 이민오면서 영국과의 유대관계도 급속히 약화된 것도 큰 이유다.1788년 대영제국이 자국 죄수들의 유배지로 삼으면서 건국의 토대가 마련된 호주는 1901년 영국 식민지배에서 독립할 때 입헌군주제를 채택해 지금까지 영국연방국가로 머물러 왔다.
〈윤성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