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북리뷰]김광식/앨 고어 「위기의 지구」

  • 입력 1998년 2월 13일 20시 09분


현직 미국 부통령 앨 고어. 그는 정치인보다는 미래사회에 대한 예언자로 더 유명하다. 환경분야는 물론 행정개혁과 정보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보였다. 미국의 정보고속도로는 고어의 미래구상에서 출발했으며 클린턴 정부의 행정개혁 계획도 고어가 만든 것이다. 이 책에서 고어는 병든 지구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도록 촉구한다. 지구가 안은 숙제는 수질오염 대기오염 쓰레기처리 표토유실 사막화 석유자원유실 지구온난화 오존층파괴 등등 많다. 지구의 위기는 생명의 위기다. 매일 1백여종의 동식물이 사라지고 있어 2000년이 되면 지금보다 10만종의 동식물이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다. 지구생태계는 공룡이 사라졌던 백악기(白堊紀)말 대변동 이후 가장 큰 변화를 맞고 있는것이다. 지구생태학적 시스템 파괴야말로 오늘날 지구위기의 본질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현실의 위기상황을 덤덤하게 보고 있다. 고어는 이를 ‘슬로 모션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환경오염과 생명파괴는 마치 텔레비전의 슬로 모션처럼 완만한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위기감이 둔화된다는 것이다. 위기를 실감한 때에는 너무 늦어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곧 지금이야말로 지구를 살리기 위해 행동할 때라는 것이다. 이같은 위기는 환경과 문명의 불균형 때문이라고 고어는 진단한다. 금세기 들어 지구와 인간의 물리적 관계에는 두가지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갑작스런 인구폭발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기술혁명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세계 인구는 수천년 전 농업혁명 때부터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해 산업혁명때까지 완만하게 증가했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20세기에 들어와서는 10년마다 10억명이 불어나고 있다. 과학기술혁명도 18세기부터 천천히 속도를 내기 시작하더니 20세기에 와서는 기하급수적으로 가속화하고 있다. 인구폭발과 과학기술 혁명이 환경에 미친 영향은 지구와 인간의 균형상태를 허물고 있다. 앨 고어의 환경철학은 깊이가 있으면서도 온건하다. 지구와 인간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전략에서 출발한다. 균형회복이란 말은 자칫 유약해 보이나 그의 균형론은 허술하지 않다. 그는 현대문명의 내부 연관관계를 분석하면서 현대문명의 기능장애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아울러 기술편중시대가 갖고 있는 함정을 예리하게 포착해 낸다. 이 대목이 독자를 감탄하게 만든다. 잘못된 GNP신화의 허구성을 사회과학적으로 비판하면서 새로운 인간활동의 건설적인 지표를 찾아내는 생태경제학 건설을 역설한다. 게다가 자신이 속한 정치권의 무력함을 해부하면서 자기자신부터 변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고백을 담고 있어 더욱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고어의 처방은 지구환경판 ‘마셜플랜’으로 이어진다. 즉 돈을 위해서 삼림을 파괴하는 제삼세계 국가의 부채를 탕감해주어 전세계적인 환경보호 효과를 거두는 새로운 방식의 교역체계를 확립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유엔의 역할과 미국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저자가 현직 미국 부통령이란 점을 환기한다. 김광식〈21세기 한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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