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활동도 투자 자유화의 대상인가.
16일 파리에서 시작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자간투자협정(MAI)체결을 위한 협상이 문화활동에 대한 투자 자유화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MAI협상은 회원국들이 모든 외국인 투자에 대해 내국인의 투자와 같은 대우를 하는 투자 완전자유화를 목표로 3년전에 시작해 현재 막바지에 이른 다자협상. 16,17일 이틀 동안 한국을 포함한 29개 OECD 회원국이 벌이는 막바지 협상이 문학 음악 미술 영화 방송 등 문화활동에 대한 투자를 MAI에 포함할 것인지 여부로 갑자기 뜨거워졌다.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와 캐나다가 가장 강력히 문화활동 투자를 협상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회원국은 적극적인 의사표명은 하지 않고 있으나 반대성향이 강하다.
반대국들은 문화의 국가간 장벽이 허물어질 경우 오직 미국문화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문화는 예외분야로 하자”고 주장한다. 캐나다는 미국의 이웃이기 때문에 문화투자가 자유화할 경우 완전히 미국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프랑스는 문화대국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국제무대에서 점점 영향력을 잃고 있는 프랑스어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반(反)미국 진영에 섰다. 영화 방송 오디오 비디오 및 도서출판 등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완전 개방될 경우 국내에서조차 프랑스어의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16일 파리에서는 작가 화가 영화인 등 18개 예술인단체가 모임을 갖고 문화활동을 협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프랑스 정부에 촉구했다. 프랑스는 우루과이라운드협상때도 문화분야에서 예외를 관철한 전례가 있어 더욱 입장이 강경하다.
OECD는 4월27,28일 열리는 각료회의에 협정안을 제출할 예정. 그러나 미국조차 그때까지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OECD는 지난해 5월까지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었으나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리비아 쿠바 등에 투자한 미국내 외국기업을 처벌하는 미국의 헬름스버튼법을 놓고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협상시한이 연장됐다.
〈파리〓김상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