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JP모건 파생상품 맞소송]재판관할권 모호

  • 입력 1998년 2월 23일 19시 48분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과 국내 금융기관들이 파생금융상품의 투자손실을 둘러싸고 벌이고 있는 국제 법정분쟁은 재판관할권이 모호해 재판 결과가 나오더라도 승소와 패소를 가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소송 어떻게 될까〓현재 SK증권 등 한국측 당사자들은 서울지방 법원에 잘잘못을 가려줄 것을 요구했고 JP모건측은 같은 취지의 소송을 미국 뉴욕법원에 낸 상태. 소송에 걸려있는 돈은 약 5억달러로 SK측은 이 돈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JP모건은 받아야겠다는 입장이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 재판이 두 곳에서 벌어질 상황이 되자 양측은 상대방의 소송을 기각해줄 것을 상대측 법원에 요구할 계획이다. 양국 법원이 제각각 소송을 진행할 경우 문제는 더 복잡하다. 예컨대 한국법원이 ‘JP모건에 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SK측 승소판결을 내리더라도 뉴욕법원이 SK증권에 패소판결을 내리면 JP모건은 SK증권 등이 미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등 자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또 SK증권측의 미국내 자산이 없거나 뉴욕법원이 지불하라고 판결한 금액에 비해 자산규모가 적을 경우 JP모건측은 상호판결을 인정해주고 있는 영국 등에서 판결을 집행할 수 있다. ‘상호판결 인정’이란 JP모건이 미국법원이 내린 승소판결을 가지고 영국에 가서 SK증권측의 영국내 재산을 압류하는 것. 그러나 이같은 과정은 국제 사법 관례상 널리 인정된 경우가 아니어서 소송이 끝나더라도 서로 자신의 입장을 내세워 분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양측이 손실을 분담하는 형태로 타협할 가능성도 높다. 지난 93년 프록터 앤드 갬블(P&G)과 뱅커스트러스트 사이에 벌어진 파생상품 관련 소송도 파생금융상품이라는 사실관계의 복잡성 때문에 소송이 시작되기 2주전 극적인 타협을 통해 해결됐다. ▼어떤 상품이었나〓SK증권 등이 JP모건을 통해 투자한 상품은 태국 바트화와 일본 엔화가 연계된 대출상품이었다. SK증권 등이 인도네시아에 만든 투자회사(역외펀드)에 JP모건이 돈을 빌려주되 환율 변동에 따라 이자명목의 돈을 주거나 받는 구조. JP모건이 한국 금융기관에 5천만 달러를 1년간 빌려주면서 △엔과 바트의 환율 비율이 동일하게 유지되면 채무자는 원금의 96∼97%만 JP모건에 갚고(마이너스 펀딩) △바트화가 절하되면 채무자가 원금에다 절하분의 5배를 더해 JP모건측에 갚고 △엔화가 절하되면 JP모건측이 채무자에게 엔화절하분 만큼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환율 비율이 유지되면 우리측에 유리한 조건이었지만 지난해 7월 이후 바트화가 40%이상 절하돼 국내금융기관들은 빌린 원금의 약 4배에 이르는 손실을 입었다. ▼분쟁 확대 조짐〓JP모건과 빌린 쪽인 SK증권 LG금속 한남투신 및 지급보증은행인 주택은행 보람은행이 연루된 이번 파생금융상품 관련 소송은 국내 금융기관들의 파생금융상품 관련 투자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들 외에도 JP모건 또는 다른 외국 금융기관을 통해 파생상품에 투자한 금융기관이 증권 투자신탁 보험사 등 10여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드러나지 않은 투자손실도 적게는 10억달러에서 최대 30억달러에 이른다는 게 금융권의 추산이다. 손실을 입은 측 가운데 일부는 소송을 낼 태세로 현재 SK증권의 소송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증권 및 투신사의 경우에만도 지난 한해동안 37억달러를 역외펀드에서 운용, 1조5천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엔 JP모건이 판매한 파생상품에 따른 손실의 일부와 다른 역외 투자손실이 포함돼 있다. 〈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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