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루빈 국무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남북한간의 의미있는 대화를 지지한다”면서“특히 91년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가 구체적으로 이행되기를 바란다”고 김대통령의 대북제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김대통령은 강력한 한미 관계의 지지자이며 취임사에서도 한미(韓美) 양국간 안보관계의 강화를 다짐했다”며 “우리는 김대통령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고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의 대북정책(제안)은 크게 △남북정상회담 △기본합의서 이행 △4자회담 지지 △남북간 특사 교환 △남북대화 △이산가족 상봉 △경수로 건설과 대북지원 등 7가지로 정리된다.
이중 기본합의서이행 4자회담 남북대화 이산가족상봉은 한미간에 의견차이가 거의 없다. 기본합의서도 미국은 92년 체결때부터 지지해 왔으며 4자회담 또한 미국이 가장 선호하는 한반도문제 해결의 포괄적 틀이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과 특사교환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비록 루빈대변인은 특사교환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으나 미국은 전통적으로 이들 두 사안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해 왔다. 80년대 후반 노태우(盧泰愚)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갈망했을 때 미국이 끝까지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은 좋은 예다.
또 정상회담과 특사교환은 한반도문제를 놓고 남북한이 직거래하겠다는 의도여서 모든 문제를 4자회담의 틀 안에서 논의하자는 미국의 입장과 배치되는 면이 있다.
물론 미국이 김대통령의 제의를 흔쾌히 생각하지 않는다는 흔적은 아직까지는 없다. 오히려 미국인들 사이에는 “김대통령은 과거 정권들과는 달리 남북문제를 가지고 ‘깜짝쇼’를 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의 정상회담 개최노력이 부정적으로만 비쳐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 정부는 대북정책에 관한 한 김대통령의 일관된 철학을 신뢰하는 분위기”라고 전하고 “한미 양국이 이런 신뢰 위에서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갖는다면 남북 정상회담이든 뭐든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낙관하기도 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김대통령이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음을 상기하고 “그런 기조라면 남북 정상회담 개최노력이 한미관계의 레일 밖으로 빠져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