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국립도서관,6백년 넘은 책 복원 『안간힘』

  • 입력 1998년 2월 26일 19시 42분


영국 국립도서관이 현재 6백년이 넘은 희귀 서적 한 권을 구출하기 위해 고민에 빠졌다.

13세기 비잔틴에서 제작된 성가집 속의 성인과 천사들의 모습이 색이 변하면서 지저분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성인과 천사들을 묘사한 그림의 화려한 채색으로 인해 비잔틴 예술의 전범(典範)으로 간주되는 귀중한 문화재. 도서관측은 1825년 이 책을 입수한 뒤 1백60여년간 일반에 공개도 하지 않은채 보물처럼 보관해왔다. 무게가 10㎏이나 되는 이 책은 값으로 환산할 경우 1백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평가된다.

책이 더러워지자 도서관측은 두 명의 런던대 화학교수에게 원인을 규명해달라고 의뢰했다. 레이저 현미경 등 첨단장비를 동원해 조사한 결과 원인은 공해로 밝혀졌다. 그것도 현재의 공해가 아니라 1백년 전인 빅토리아 여왕시절의 공해때문이라는 것. 즉 산업혁명이 진행중이던 당시 런던 대기오염의 주범인 황화수소와 도서관 조명에 사용된 가스가 주범이라는 것.

책을 자세히 분석한 교수들은 종이에 입힌 금가루, 그리고 파란색과 노란색을 나타내기 위해 칠해진 코발트석과 계관석 가루가 공해물질과 화학작용을 일으켜 책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도서관측에 보고했다.

황원자가 이미 그림의 일부로 돼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두 교수는 그림을 지저분하게 만든 검은색 황을 산화시키면 그림을 어느정도 깨끗이 만들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희귀서적에 화학처리를 하는 것은 지나친 모험이라는 반론도 만만찮아 도서관측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파리〓김상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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