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
최소한 2세기 이상의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거의 10년마다 ‘데킬라 현상’이라 부를 만한 일들이 일어났다.
이 현상의 원조는 자본주의 태동 무렵인 1720년의 ‘남해포말(South Sea Bubble)’사건.
영국이 유트레히트조약에 따라 스페인령 남미에 대한 무역독점권을 가지자 영국정부가 세운 남해무역회사의 주식을 사려는 열풍이 영국 덴마크 포르투갈 등 유럽전역을 휩쓸었다. 그러나 한때 수십배까지 치솟았던 이 회사의 주가가 폭락하자 파산자가 속출했다. 네덜란드 주재 러시아대사였던 쿠라킨왕자는 사교계에서 사라졌고 암스테르담의 영국 커피점은 불태워졌다.
1825년 라틴아메리카 광산에 대한 투기열풍이 꺾인 뒤 닥쳐온 금융위기는 파리에서 시작해 라이프치히 빈 로마까지 휩쓸었다.
1857년에는 전 세계적 금융위기가 미국 영국 유럽에서 동시에 일어나 남아프리카 극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같은 주기적인 ‘데킬라 현상’은 1929년 미국대공황 당시 전 세계 금융시스템이 위기에 몰리는 것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대공황 이후 약 60년은 고정환율제 유행과 자본의 국제적 이동에 대한 엄격한 규제 때문에 특별히 ‘데킬라 현상’이랄게 없었다.
그러나 이제 △고정환율제 붕괴 △교역대상국의 확산 △자본이동의 자유화 등에 따라 ‘데킬라 현상’은 늘 잠복해 있는 병원균이 됐다.
〈허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