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街 「정크본드 황제」 밀켄，재기시도 실패 『빈털터리』

80년대 미국 뉴욕 월가에서 ‘정크본드의 황제’로 불리던 전설적 투자전문가 마이클 밀켄(52).

그는 90년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뉴욕법원으로부터 징역 10년에 추징금 11억달러와 함께 “증권거래에서 영원히 손을 떼라”는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22개월간의 수감생활 끝에 93년 가석방됐던 그가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다시 주식중개에 나섰다가 곤욕을 치렀다.

밀켄은 지난달 27일 “주식중개로 벌어들인 4천7백만달러를 몽땅 토해내겠다”고 약속하고서야 뉴욕 증권거래소로부터 민사소송 취하약속을 받았다.

혐의내용은 94년 미국 제2의 전화회사인 MCI와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 사이의 상호투자에 중개인(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것.

뉴욕증권거래소측은 밀켄이 20억달러 규모의 투자대상을 물색중이던 MCI에 뉴스코퍼레이션을 소개, 양측 회장의 만남을 주선했고 투자단계에 들어서자 주식 배당금 비율과 주식의 의결권 등 거래조건 협상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조사가 시작된 것은 밀켄의 보호관찰기간이 끝나기 직전인 96년 초. 증권거래소측은 2년간 끌어온 이번 조사 결과를 연장된 관찰기간이 끝나는 1일을 코앞에 두고 공개했다.

전립선암을 앓고 있는 밀켄은 거액을 날리게 됐지만 징역형을 모면해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96년 테드 터너회장의 터너방송과 타임워너간의 합병을 상담해주고 받은 수임료 5천만달러는 합법이라는 뉴욕증권거래소의 유권해석을 이끌어내 돈에는 궁하지 않게 됐다.

투자회사 드렉셀 번햄 램버트의 채권팀장으로 87년 한해에만 5억5천만달러를 벌어들였던 밀켄.

사실 월가에서 그만큼 여론의 주목을 받은 인물도 흔치 않다. 구속 직후부터 ‘약탈자의 무도회’ 등 그를 비난하는 서적들이 출판돼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섰다. 이 작품은 뮤지컬로 기획돼 97년초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니 피셀 시카고대교수는 ‘보복’이란 저서에서 “밀켄의 추락은 그의 성공을 질시한 월스트리트 인사와 뉴욕시장 출마를 앞두고 인기에 굶주린 루돌프 줄리아니 검사(현 뉴욕시장)의 야심이 맞물려 빚어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뉴욕 증권가는 밀켄이 다시 증권가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승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