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계에서 ‘교황청’으로 불리는 일본은행이나 대장성을 상대로 ‘정보입수 첩보전’을 벌여야 하는 금융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 흔히 나도는 말이다.
중앙은행이나 대장성이 다루는 주요 경제정책이나 지표를 얼마나 빨리 알아내느냐는 것은 금융기관들의 영업경쟁력을 좌지우지한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 임직원과 대장성 공무원을 상대로 학연 지연 등을 총동원하는 줄대기가 성행하며 접대자리가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어제 밤은 ‘도본(どぼん·깊은 물에 돌을 던질 때 풍덩하고 나는 소리)’이었지.”
이 은어는 한 사람당 5만엔 이상이 든 ‘고액 접대’를 말한다.
반면 ‘자분(ざぶん)’이라는 은어는 얕은 물에 돌을 던질 때 나는 소리의 의성어로 접대액 1만엔 안팎의 가벼운 향응을 말한다.
11일 검찰이 체포한 요시자와 야스유키(吉澤保幸) 일본은행 증권과장은 이같은 접대자리에서 통화공급량 경기동향지표 은행의 신상품개발 움직임 등 금싸라기같은 정보를 흘린 것으로 드러났다.
대장성과 일본은행 스캔들을 수사하면서 드러난 일본의 접대문화 풍속도는 일본 국민을 경악케 하고 있다.
일부 대장성 관리들은 젊은 여성들이 노팬티 차림으로 시중을 드는 고급음식점(노판 샤브샤브)에 수시로 드나들며 퇴폐접대를 받았다.
또 1월에 구속된 도로공단이사는 “해외 행사에 참석한다”고 둘러댄 뒤 노무라증권이 제공한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은행에 은근히 압력을 넣어 아파트를 싸게 구입하거나 외상술값 청구서를 금융기관에 떠넘긴 관리들도 있었다.
명절에 돌리는 상품권, 관리들의 결혼기념일 등에 선물로 주는 고액의 그림 등은 관행으로 여겨질 정도다.
검찰 수사의 표적은 향응과 접대를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한 사람들이었다.
일본은행이나 대장성 직원들은 “시중 금융기관 사정이나 세상사에 대해 감을 잡으려면 가끔은 접대자리에 나가봐야 한다”고 변명한다.
특히 일본은행 직원들은 준공무원 신분이어서 정식 공무원들보다 접대에 대해 훨씬 느슨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나사 빠진 공인의 윤리의식에 일본검찰이 메스를 댄 셈이다.
〈도쿄〓윤상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