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앙銀총재 전격사임…간부수뢰사건 책임

  • 입력 1998년 3월 12일 19시 47분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중견간부가 수뢰혐의로 체포되고 중앙은행이 사상 최초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사태로 일본 국내외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마쓰시타 야스오(松下康雄) 일본은행총재가 “책임을 지겠다”며 11일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국제금융시장에서 일본금융권에 대한 불신이 높아짐에 따라 12일 엔화가치와 주가가 폭락세를 보였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는 12일 기자회견에서 “마쓰시타총재가 사임의사를 전해왔다”며 “진퇴는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자진 사임형식으로 총재가 경질될 것임을 밝혔다.

일본은행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1882년 은행 설립이래 처음이며 일본은행총재가 임기도중 오직사건으로 퇴진하는 것도 처음이다.

일본 신문들은 12일 ‘중앙은행 스캔들’을 6,7개면에 걸쳐 상세히 보도했으며 방송도 매시간 톱뉴스로 다루는 등 이번 사건을 ‘대장성 스캔들’이상의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금융시장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면서 11일 뉴욕과 12일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 엔화환율이 달러당 1백29엔대를 기록하는 등 엔화가치가 폭락했으며 도쿄증시의 주가도 떨어졌다.

가뜩이나 일본금융시장이 국제규범에 비해 크게 낙후돼 있음을 비판하는 ‘일본이질(異質)론’이 국제사회에 번지고 있는 판국에 이번 사건까지 터져 일본금융시장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은행 중의 은행’으로 불리며 국민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아온 일본은행 역시 부패사슬에 얽혀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는 성토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은행은 작년말 개정된 일본은행법에 따라 4월1일부터 종전보다 독립성과 중립성이 더욱 강화된 중앙은행으로 거듭나게 돼있었다. 또 일본의 금융빅뱅(은행간의 대규모 통폐합)을 앞두고 중앙은행의 금융제도 대개혁 방안에 대한 기대가 큰 시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일본은행 간부의 수뢰 및 접대사건은 일본은행의 대대적인 내부수술과 일본금융행정 전반에 관한 논의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은행총재는 대장성사무차관 출신과 일본은행 내부에서 번갈아가며 맡아온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에는 대장성과 일본은행이 모두 사건에 휘말려 후임자 선정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대장성사무차관과 시중은행장을 역임한 마쓰시타총재는 94년 12월 취임, 5년 임기중 1년9개월을 남겨놓은 상태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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