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성추문사건은 그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한마디로 압축된다.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누구인지를 가려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공화당의 탄핵 엄포도 거짓말쟁이를 찾아내기 전에는 성사되기 어렵다.
용의자 클린턴. 그가 거짓말을 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의 섹스 스캔들이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폴라 존스(전 아칸소주정부 공무원) 모니카 르윈스키(전백악관 인턴) 케슬린 윌리(전백악관 자원봉사자)의 경우에서 드러났듯 클린턴은 거의 같은 수법으로 여자들을 희롱했다.
그 패턴이란 대체로 △업무와 관련이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자를 대상으로 △자신의 집무실을 이용했으며 △치근덕거리는 방법이 자신의 국부를 드러낼만큼 노골적이었고 △희롱대상 여인들의 인사나 구직(求職)에 최대한 편의를 봐주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측이 주목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존스 등의 폭로가 마치 사전에 입을 맞춘 듯 비슷해 세 사람 모두가 거짓말을 했다고 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더욱이 윌리는 열렬한 민주당지지자다. 두 아이를 가진 주부지만 그의 시아버지가 앨 고어 부통령과 친분이 두터워 92년 대선에 민주당 선거운동에 앞장선 뒤 백악관까지 가게 된 인물이다.
클린턴진영은 이같은 추론을 일축하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존스 르윈스키 윌리를 만난 적은 있지만 한번도 성적인 요구를 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클린턴은 윌리의 증언에 대해서도 “위로해 주려고 그녀를 안아줬으며 이마에 키스를 했을지도 모르나 성적인 행위는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백악관도 “대통령 주변에는 언제나 그와 눈길이라도 한번 마주쳐보려고 애쓰는 여직원 인턴 자원봉사자가 들끓어 대통령이 누구와 언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일일이 기억할 수조차 없다”고 말해 르윈스키와 윌리의 증언이 ‘대통령 관심끌기’에 불과하다고 치부하고 있다.
성추문 사건은 항상 그렇듯이 목격자가 없다. 스타검사측이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거나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르윈스키가 ‘폭탄선언’을 하기 전에는 숨바꼭질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