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人大 더이상 거수기아니다』…民意반영 반대표 쏟아져

  • 입력 1998년 3월 17일 20시 02분


“전인대는 더 이상 거수기가 아니다.”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중이던 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민의(民意)를 반영하고 정치적 민주화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낸 말이었다.

우선 지도자 선출에 반대표가 예상외로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도부가 제시한 명단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켜 주는 게 관례였다. 반대는 10여표로 상징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국무원총리 등 고위직 인준투표가 있었던 17일 회의에서는 한주빈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장(한국의 검찰총장에 해당)내정자에 대한 투표결과 찬성률이 65%에 불과했다. 반대가 35%로 대회장엔 실질적으로는 부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돌았다.

16일 리펑(李鵬)의 전인대 상무위원장에 대한 반대 및 기권율도 11.2%로 20명의 위원장단중 장춘윈(姜春雲)부위원장에 대한 반대(16.8%) 다음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장주석에 대한 반대도 2.2%였다.

17일 대회에선 ‘이변’이라 할만한 정치현상도 나타났다. 먼저 주룽지(朱鎔基)총리내정자에 대한 개표결과가 발표됐다. 찬성 2천8백90표, 반대 29표, 기권 31표로 98%의 압도적 득표였다. 순간 방청석과 대표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주신임총리가 일어나 장내를 향해 인사를 했다. 박수가 쏟아졌다. 주총리가 리펑(李鵬)전인대 상무위원장과 장쩌민(江澤民)주석과도 굳은 악수를 나눴다. 악수할 때마다 박수가 터져나왔다.

하루 전 같은 장소에서 장쩌민이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주석에 당선될 때만 해도 이런 박수와 환호가 없었다. 또 리펑의 전인대 상무위원장 선출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

주총리에 대한 높은 지지는 그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정책에 대한 인민들의 지지와 기대감의 반영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근 전인대에서 통과된 주총리 주도의 국무원기구개혁안이 97.8%의 압도적 지지로 가결된 것이 좋은 예다.

당초 관련부처의 반발이 거세 통과여부가 불투명했던 기구개혁안에 대한 이같은 높은 찬성률은 ‘인민들은 도처에서 샤강(下崗·정리해고)당하고 있는데 공무원들만 편히 살아도 되나’라는 여론이 투표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대표들은 한검찰장에 대한 거부감을 쏟아냈다. “철도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검찰장이 될 수 있나” “최근 부정부패와 관련해 공안과 검찰에 대한 인민들의 불만이 높다는걸 알려주기 위해서 반대했다”고.

리펑총리의 저조한 득표율은 그가 89년의 6·4 톈안문(天安門)사태시 강경진압을 주장했던 것이 감점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대회당에서 만난 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민의가 반영되고 있을 만큼 중국사회도 그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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