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19일 “대통령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6개국 방문을 계기로 미국은 아프리카 대륙과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방문 의미를 설명했다.
클린턴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미국으로 끌려간 아프리카 흑인노예 문제가 뉴스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권단체와 일부 미 의원들은 클린턴이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당출신 대통령인 만큼 인권말살의 대표적 사례인 ‘노예수입’에 대해 무엇인가 언급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클린턴대통령이 방문 기간중 연설을 할 예정인 세네갈의 ‘고레섬’은 과거 서부아프리카 노예가 신대륙으로 팔려나가던 ‘노예무역시대’의 교역중심지. 미국 흑인작가 앨릭스 헤일리가 76년 소설 ‘뿌리’에서 그린 그의 조상 쿤타킨테가 상인들에게 동물처럼 잡혔던 곳도 세네갈과 맞닿은 소국 감비아의 주프레마을이었다.
마이클 매커리 백악관대변인은 “클린턴대통령이 노예제도의 유산과 흑인들에게 남겼던 상처에 대해서 언급할 가능성이 있지만 ‘사과’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예문제는 ‘방문의 주요 의제’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이 사과를 꺼리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즉 대통령이 사과를 해 미국내 노예의 후손들이 보상을 요구하는 사태가 빚어질 것을 우려한다는 것. 미국 국민의 12%인 2천6백50만명이 흑인이며 이 중 상당수가 노예의 후손이어서 보상요구가 시작된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아프리카 흑인은 16세기부터 19세기 말까지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제국주의국가 상인에 의해 남북미대륙에 노예로 끌려갔다. 이른바 ‘노예상인’에 의한 흑인사냥이었다.
이 기간에 무려 1천2백만∼1천5백만명의 흑인들이 끌려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배 밑창에 갇혀 짐짝처럼 운송된 노예들 중 3분의 1 가량은 항해중 또는 ‘길들이는 기간’에 당한 모진 학대로 사망했다는 기록도 있다.
〈구자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