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김대중대통령 취임식에 재일 한국인들도 많이 참석했는데 그에 앞서 해외대표자협의회가 개최되었다. 협의내용은 본국의 경제위기 지원 등이었다. 이 협의회에서 재미동포를 만나게 되어 반가웠으며 해외동포들과 정보교환을 하려고 했으나 도리어 말다툼으로 번져버렸다. 내가 한국말을 잘 못하는 관계로 50대의 재미동포로부터 “당신은 우리말을 그 정도밖에 모르십니까”라는 비난을 받았던 것이다.
“저는 재일 한국인 2세입니다. 당신은 재미동포 1세이시지요.”
“그렇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배웠고 한국사회에서 성장한 사람으로서 우리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비해 재일 한국인 2세들은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말을 하며 컸다. 전국에 한국학교가 몇개 있으나 우리말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어디서 우리말을 배워야 하는지 재일동포들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우선 재일동포 1세들은 먹고 살기가 바빴다. 우리말에 대한 관심은커녕 일본말을 잘배워 하루빨리 일본 사회에 적응하기를 원했다. 이것이 재일동포 1세들의 서러운 역사이기도 하다.
현재는 민단 본부와 지부에 ‘국어교실’을 마련하여 주1회 정도의 독습을 갖도록 하고 있으나 그것도 당면한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참가자가 항상 소수에 불과하다. 한국어습득문제가 해외동포사회안에서 크게 대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재미동포처럼 ‘우리말을 모르는…’하고 경시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재미동포들과 재일동포들의 의식과 역사적 배경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재일동포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깊은 애국애족심을 갖고 있다. 재일동포들은 한국 경제위기 극복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에 재미동포들보다 더욱 열심이며 민족에 대한 의식수준도 높다. 우리말을 하는 능력도 재일동포가 재미동포보다 훨씬 나아질 것으로 믿는다.
설문교<재일본한국민단 오사카대동지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