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성의 상징물로 손꼽히는 도쿄(東京)대학. 올해들어 도쿄대 출신 고급 관료 9명이 금융스캔들로 체포된 사건 때문인지 27일 이 대학 야스다(安田)강당에서 열린 졸업식장 분위기는 여느때와 달리 침울했다.
하스미 시게히코(蓮實重彦) 도쿄대총장은 이례적으로 통렬한 ‘자아 비판’으로 졸업식사를 시작했다.
“이 학교에서 배운 일부 사람들이 어리석은 행동을 저지른 데 대해 도쿄대에 적을 둔 한 사람으로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깊은 분노와 굴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스미총장은 이날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과대한 접대를 받아 수뢰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파렴치 관료’들과 이에 연루된 회사 관계자들이 대부분 도쿄대 출신으로 평소 엘리트라는 칭송을 들으면서도 자신의 본분을 잊어버린데 대해 엄청난 노여움을 표시했다.
그는 또 도쿄대 명예를 더럽힌 졸업생들을 향해 “그들의 파렴치한 언동에 (권력지향적인) 도쿄대 특유의 풍토가 반영돼 있다면 나 자신을 포함해 우리 모두 이를 깊게 반성해야 한다”고 반성했다.
그는 “도쿄대 출신이라는 ‘자격’이 지성을 무조건 보증하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시대변화에 맞는 지성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달라”고 졸업생들에게 당부했다.
하스미총장의 참회어린 졸업식사가 25분간 계속되는 동안 ‘일본 최고의 지성’인 3천4백94명의 졸업생들은 줄곧 고개를 들지 못했다.
〈도쿄〓윤상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