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상근/당황한 美CIA

  • 입력 1998년 3월 29일 20시 49분


미국 중앙정보국(CIA)본부와 한국지부가 안기부에 유감의 뜻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점잖게 표현해서 ‘유감’이지 사실은 ‘엄중 항의’이자 ‘경고’라고 관계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발단은 북풍사건과 관련, “한국 정보기관의 기밀문서가 계속 유출된다면 정보협력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CIA 한국지부장의 발언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24일 국회의원 연구모임인 ‘안보통일정책연구회’의 비공개회의에 초청받은 자리에서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말한 내용이 흘러나온 것.

CIA는 양국 정보기관 사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발언내용 못지않게 한국 지부장의 실명이 공개된 데에 대해 매우 당황해 하고 있다.

정보공개법(FOIA)에 따라 국민 개개인이 신청하는 정보를 공개금지사항이 아닌한 반드시 제공하는 미국. CIA도 예외가 아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선 조직 현황은 물론 일정한 통계자료도 띄워놓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의 인적사항은 철저히 보안에 부친다. 정보요원으로서의 활동에 큰 지장을 받기 때문. 신원이 노출된 요원은 근무지를 바꿔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부장 이름이 공개되는 것조차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CIA로서는 한국 정보기관 고위간부가 작전차원에서 기밀문서를 흘리고 그 아래 실무자가 검찰조사에서 상급자의 이름 직책 활동내용을 술술 털어놓는 양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안기부 관계자는 “정보기관과 요원의 수칙이 무엇인지를 정부 국회 안기부 언론에 다시 가르쳐 준 셈”이라고 말했다. 북풍사건으로 대북(對北)커넥션은 물론 대미(對美)커넥션까지 흔들릴까 우려된다.

송상근<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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