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초지종은 이렇다. 영국의 맥주회사인 기네스가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세계표준시를 의미하는 ‘그리니치표준시간’을 ‘기네스시간’으로 바꾸고 매시간정각에 나오는 시보(時報) ‘뚜 뚜 뚜’를 맥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인 “톡 톡 톡”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주요언론사에 돌렸다. 물론 기네스는 언론사를 속이기 위해 “1일까지는 보도할 수 없다”는 엠바고(보도 시간 제한)요청까지 붙였다.
다른 언론사는 기네스의 장난을 눈치챘으나 FT는 속아 넘어간 것. 속은 정도가 아니라 중요한 기사라고 판단, 엠바고를 깨고 1일자에 무려 한 면의 절반을 할애해 이 소식을 전했다. BBC는 이를 두고 평소에 “FT가 없으면 코멘트가 없는 것”이라고 자랑하던 FT가 이날은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고 비아냥. 작전에 성공한 기네스의 로이 맨틀 대변인은 “기네스는 FT가 엠바고 요청을 깨고 보도한 것을 용서할 생각이며 FT와 같은 권위있는 신문이 만우절날 정말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발표, 또한번 영국인들을 웃겼다.
일본의 유력지 아사히신문도 “정부 산하기관 연구소가 사람의 말을 통해 속마음을 알 수 있는 기계를 개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가 시험해 봤다”는 ‘만우절 기사’를 게재했다. 아사히는 “하시모토총리가 주요 여야 정치인의 발언을 기계에 입력해본 결과 모두 자신에게 불리한 속마음을 갖고 있는데 격노해 기계사용을 중단시켰다”는 내용의 기사 말미에 ‘1일은 만우절’이라고 덧붙였다.
〈윤성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