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시대 ⑤/인터뷰]장휘용 인하대교수

  • 입력 1998년 4월 14일 19시 16분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10∼15%가 공시하는 회계정보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어요. 이를 믿고 투자했다간 손해보기 십상이지요.”

‘부실기업표본을 이용한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회계조정행위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올해 한국회계학회 학술상을 받은 장휘용(章輝瑢·인하대 경영학부)교수의 말이다.

장교수는 “부실기업들이 도산하기 2년전부터 집중적으로 회계분식(粉飾)을 한다는 사실이 연구결과 입증됐다”고밝혔다. 부실한 재무제표를 솔직히 공개할 경우 자금조달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으로선 분식유혹에 넘어간다는 것.

장교수는 “문제는 기업이 회계를조작하는것을 막기 위한 외부감사제도가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내법에자산이 7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는 회계처리를 기준에 맞게했는지에 대한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돼있다.

특히 부실기업들이 도산 직전 매출액이나 재고를 실제보다 부풀렸는데도 외부감사에서 회계처리가 기준에 맞는다는 ‘적정’의견을 받는 사례가 많다는 게 장교수의 지적. 외부감사제가 실효성이 없는 이유는 감사를 받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마음대로 정하고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장교수는 진단했다.

“한국의 회계기준은 국제수준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지만 공인회계사들의 확고한 직업의식이 없는 한 의미가 없지요.”

대기업들이 감가상각연수 등 회계 세부기준을 매년 ‘합법적으로’ 변경, 수익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해놓아도 우리 회계법인들은 ‘대개 눈감아준다’는 게 장교수의 설명. 이 경우 미국 등의 회계법인이라면 ‘회계 기본정신에 어긋난다’며 제동을 건다는 것.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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