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외무장관 회담]새정부 對美관계 「밑그림」마련

  • 입력 1998년 5월 1일 21시 00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국무장관의 이번 방한은 한국의 새 정부 출범 후 한미 양국이 고위급 접촉을 통해 앞으로 전개될 한미 관계의 밑그림을 그려볼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김대중(金大中)정부가 들어선지 2개월여만에 양국 외무장관이 만나 대북문제를 비롯한 외교정책의 큰 줄기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정책 조율을 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양국은 김영삼(金泳三)정부 때 대북문제를 놓고 손발이 안맞아 불협화음을 냈던 경우가 많았었다.

박정수(朴定洙)외교통상부장관과 올브라이트장관은 1일 양국 외무장관 회담이 끝난 뒤 이번 회담의 의의를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장관은 “비가 오는 날씨와는 달리 회담분위기는 아주 밝고 명랑했다”고 말했고 올브라이트장관은 김대통령의 방미를 환영한다며 “김대통령이 세계에서 진정한 자유의 승리자 두 분 중 한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물론 양국이 제반 현안들에 대해 100% 의견을 같이한 것은 아니다.

양국은 △김대통령 방미 준비사항 △4자회담과 남북대화의 병행추진 등 대북정책 공조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미국의 지원 등에 있어선 대체로 의견접근을 보았지만 경수로재원 분담과 중유비용 분담에 있어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올브라이트는 특히 한국도 중유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 외교팀간의 첫 상견례는 “시의적절하고 유익했다”는 게 양측의 공통된 평가다.

박장관과 올브라이트장관은 이날 외교통상부 8층 회의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회담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박장관에게) 김대통령의 방미 의제에 대해 합의했는가.

“지난 50년간 세계평화의 기초가 되어온 한미동맹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데 합의했다. 한미 양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는 앞으로 좀더 구체적으로 정리해 방미 직전 공동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올브라이트장관에게) 대북경수로사업의 재원 중 아직 합의가 안된 10%는 누가 부담하기로 했나.

“제네바 합의로 인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로 등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 합의를 계속 이행하기 위해선 관련 국가들 사이의 건설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일본 방문 때도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앞으로 계속 협의해나가야 한다.”

―4자회담과 남북대화 등에 있어서 한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조치를 설명해 달라. 또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박장관) “김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북한의 무력도발 불용 △흡수통일 배제 △교류협력 추진 등 대북정책의 3대 원칙을 밝혔다.

우리는 이에 입각해 남북기본합의서를 다시 이행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부가 북한에 식량과 농업기술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이나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민간차원의 경제교류를 허용한 것은 모두 상호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교류협력을 통해 공존공영을 이루고 평화적 통일을 하자는 게 우리의 목표다.”

(올브라이트장관) “우리는 4자회담과 남북대화가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으며 김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또 북한의 식량난 문제를 인도적으로 해결하는데 있어서는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기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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