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폐범들이 유러화와 각국의 화폐를 교환할 때 한몫 잡기 위해 범행을 모의중이며 마약거래와 밀수로 검은 돈을 벌어들인 범죄자들은 이때를 절호의 ‘돈세탁’기회로 보고 있다.
교환시기는 유러참여국의 독자적 화폐가 없어지는 2002년1월. 범죄전문가들은 이때 위폐범들이 정교하게 만든 각국의 가짜화폐를 대대적으로 유러화와 교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독일 헌법보호청의 우베 슈미트 조직범죄전담국장은 이미 폴란드내 인쇄소에서 자외선 감식기로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가짜 독일마르크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유러화 출범이 위조범들에게는 금맥을 캐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러화 가운데 특히 5백유러와 1천유러 등 고액권 화폐가 범죄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마약거래 밀수 등을 하는 조직범죄단체가 검은 돈을 세탁하기 위해 고액 유러를 집중매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유럽에서 고액 화폐는 일상 생활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대신 고액권의 50∼75%가 지하경제에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고액권 유러의 발행은 지하경제에 쓰이는 화폐공급량을 늘리게 된다는 것.
필립 메이슈타트 벨기에 재무장관은 최근 이같은 부작용을 의식, “유럽중앙은행은 가급적 고액권 유러를 발행하지 않거나 아니면 돈세탁의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러도입에 따른 돈세탁방지를 논의하는 EU각료회담을 주재하고 있다.
고액권 유러는 유러도입에 부정적인 국민정서를 달래기 위해 독일이 기존 고액 마르크화와 액면가에서 큰 차이가 없는 화폐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발행이 채택됐다.
〈구자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