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까지만 해도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임을 자부하던 일본인들이 자신감을 잃고 있다.
한때 미국을 ‘미래가 없는 나라’로 치부하고 유럽을 ‘한계에 부닥친 노대륙’이라 비웃으며 “일본 제조업은 영원하다”고 외치던 일본 국민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과 비관론이 최근 급속도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총리부가 성인 1만명을 상대로 조사, 2일 발표한 ‘연례 국민 사회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이 나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72.2%로 10명 중 7명 꼴이었다. 이는 전년도의 55.5%보다 크게 높아진 것으로 지금까지 조사중 최고치다.
반면 “좋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응답은 지난해의 24.4%에서 올해 12.6%로 떨어졌다.
국가 장래를 비관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복수응답)로 ‘경기후퇴’(71.9%)를 으뜸으로 꼽았으며 다음으로 ‘국가재정 부실’(58.5%) ‘자연환경 악화’(49.3%) ‘고용 노동조건 악화’(44.8%)를 들었다.또 일본의 국가 이미지에 대해서는 “높은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전년도에 비해 7.4%포인트가 떨어진 60%를 기록, 경제대국이라는 자신감이 점차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조사는 경기침체와 기업도산 및 실직사태 등이 높아진 불안감의 원인이지만 유럽단일화폐의 출범에 따른 엔화 영향력의 퇴조 가능성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정세와 관련한 비관론도 늘었다. 현 정세과 관련해 “안정돼 있다”는 응답이 전년도 22.4%에서 12.3%로 크게 낮아졌고 “평화롭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62.6%에서 57.7%로 감소했다.
미국이 ‘단일 슈퍼파워’로 자리를 굳히고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이 군사 및 경제대국으로 급속히 부상함에 따라 일본 국민은 점차 왜소함을 느끼고 있다.
〈도쿄〓윤상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