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11일 대선…野 에스트라다 당선 유력

  • 입력 1998년 5월 10일 19시 58분


임기 6년의 차기 대통령을 뽑는 필리핀 대선이 10명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11일 치러진다.

이날 필리핀에서는 대선과 함께 상하원의원선거 및 지방의회 선거가 한꺼번에 치러져 모두 1만7천3백명의 공직자를 선출한다.

대선에서는 영화배우 출신으로 필리핀 3개 야당 연합후보인 조지프 에스트라다부통령(61)이 선거 1주일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2%의 지지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어 당선이 유력시된다. 2위는 지지율 13%인 집권 라카스―기독교민주주의국민연합 후보 호세 데 베네시아 하원의장(61).

전형적인 대중정치인인 에스트라다는 ‘가난한 자를 위한 정부’를 내걸어 인기를 얻고 있다. 근 28년간 상원의원과 산후안시장 등 공직에서 일해왔다. 음주벽 도박벽 여성편력 대학중퇴 등 여러 이유로 공격을 받고 있지만 이변이 없는 한 당선할 전망.

단점은 경제에 대해 문외한이며 정강정책이 모호하다는 점. 이때문에 지식인이나 가톨릭에서는 그가 당선하면 피델 라모스대통령이 일궈온 민주화와 경제안정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정실주의가 난무하던 마르코스 전대통령 시절로 회귀하려는 듯한 조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때문에 하이메 신 추기경은 “에스트라다가 국가에 파멸을 가져올지 모른다”며 “군소후보들이 사퇴함으로써 부적격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라모스대통령의 후계자로서 여당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베네시아후보는 4일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선두가 바뀌었다며 35% 이상의 득표를 장담하고 있다. 그의 약점은 국민에게 ‘부패한 배불뚝이로 뒷거래에나 능란한 전형적인 정치꾼’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

필리핀대선은 전통적으로 종교집단간의 대결 양상을 띠기도 한다. 베네시아는 가톨릭을 등에 업고 있으며 에스트라다는 개신교 ‘이글레시아 니 크리스토(예수의 교회)’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필리핀에서는 지금까지 총격 폭탄공격 등 각종 사고로 33명이 숨졌다. 이때문에 선관위는 11일 치안유지를 위해 경찰 16만명, 중무장군인 10만7천명을 배치했다.

〈허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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